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오감을 먼저 일깨워야 한다. 눈으로 색을 확인하고, 코로 향을 느끼고, 혀로 맛을 음미하는 과정 속에서 와인의 아로마가 만들어 내는 향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지금부터 천의 얼굴을 가진 보르도 와인의 매력 속에 흠뻑 빠져보자. [편집자주]
바메독의 바(Bas)와 오메독의 오(Haut)는 불어로 각각 ‘낮은’과 ‘높은’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지역적으로 좀 더 낮고 높은 지대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붙여 졌다.
지리적으로 바메독(메독)은 메독의 북부 지역으로 전체의 1/4 면적을 차지하며, 오메독은 남부에 위치하고 역사와 전통을 가진 최고급 와인들이 생산되는데, 보르도시 북서쪽 오메독에서 시작해 마고, 물리스, 리스트락, 쌩줄리앙, 뽀이약, 쌩떼스테프, 메독으로 이어지며 ‘와인의 성지 순례’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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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5대 샤또 중 마고(Margaux), 라투르(Latour), 라피트 로칠드(Lafite Rothschild)와 무똥 로칠드(Mouton Rothschild)가 생산되고 있으니 성지 순례라 불릴 만도 하다.
메독이 처음부터 와인 산지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약 5,000만년 전 아끼뗀느(Aquitaine) 분지는 바다였다. 수백만 년에 걸친 해수 순환으로 침전물이 생겼고, 그 퇴적층에 형성된 토양이 바로 메독이다.
오랜 침전으로 생긴 메독의 땅은 모래와 자갈이 많아 거칠었다. 이런 지역에 먼저 부유한 상인과 정치인들이 모여들었으며 네덜란드 기술자의 도움으로 북쪽 습지에 배수가 이루어져 대략 18C 중반부터 오늘날의 포도밭 형태가 갖추어지고 샤또(Chateau)의 개념과 함께 그랑 크뤼(Grands Crus)의 개념이 정착했다고 한다.
모래와 자갈, 점토질 토양에 포도나무가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모래와 자갈의 토양은 배수가 뛰어나고 온기를 오래 머금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은 메독은 일조량이 뛰어나고 강우량이 적절해 온화한 날씨를 가진다. 따라서 탄닌이 풍부한 꺄베르네 쏘비뇽과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는 메를로가 자라기에 천혜의 조건을 가진다.
이 두 품종을 주 포도품종으로 빚어진 메독의 레드 와인은 기품 있고 파워풀하면서도 붉은 과실 향이 배어나는 복합미를 가진다. 골격이 탄탄하고 풍만하며, 알코올이 높아 충만한 느낌을 준다.
또한 기분 좋은 향미를 자랑하며 뛰어난 장기숙성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햇수를 더해 갈수록 황홀한 부케를 만들어내는 것이 메독 레드와인의 특징이다.
총 61개의 그랑 크뤼(Grand Crus) 와인을 생산해 내는 메독은 2009년 빈티지가 ‘세기의 빈티지’로 평가 받으며 또 한번 최고급 와인임을 증명했다. 로버트 파커는 “2009년 빈티지는 메독 지역에서 절정의 맛을 보여준다”며 “크림 같고 풍성하며 즙이 흥건한 특징을 보이는 동시에 서늘한 해의 활기와 정밀함뿐 아니라 구조, 신선, 산도도 지니고 있다”고 극찬했다.
2012년에 그랑 크뤼2009년 빈티지가 출시되면, 세상은 메독 와인의 진수를 경험 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