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 "가족, 사퇴 모르지만 추측할 것"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김한솔 기자 2010.10.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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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신한지주 이사회 열리던 날 스케치]몸싸움 끝에 "할만큼 했다"

30일 오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7,300원 ▲1,050 +2.27%)) 정기 이사회는 당초 종료 예정 시간이었던 오후 12시보다 훨씬 늦어진 오후 3시쯤 끝났다.

기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19층 기자실과 1층을 오가며 이사회 진행상황을 수시로 체크했다. 오후 2시쯤 회의실에서 고성이 오간다는 말이 기자들에게 들렸다. 그만큼 결론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후 3시쯤 이사회가 끝나자 라응찬 회장은 신한지주 사외이사인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 원장과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리테일부문 본부장에 뒤이어 1층 로비를 빠져나갔다.

↑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30일 오후 이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몸싸움 끝에 신한은행 본점을 빠져나가고 있다.ⓒ이명근 기자↑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30일 오후 이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몸싸움 끝에 신한은행 본점을 빠져나가고 있다.ⓒ이명근 기자


라 회장은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포토라인은 물론 로비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사회에 참석하기 전 사퇴 의사가 유효하냐는 질문에 "약속하지 않았느냐. 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비쳤던 모습 그대로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과 플래시 세례에 대부분 침묵과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라 회장은 기자들에게 밀리는 과정에서 마지못해 "할 만큼 다 했다"며 "나중에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드러냈다. 가족들도 사퇴 사실을 알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르겠지만 아마 추측할 것"이라고 답한 후 차에 올라타 은행을 벗어났다.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혼잡한 틈을 타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같은 시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전성빈 서강대 교수와 이날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류시열 이사는 19층 기자실을 찾았다. 전 교수와 류 이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답했다. 특히 류 이사는 "우리 이사들은 아무것도 못 먹었다"며 "질문을 안 해줬으면 고맙겠다"고 말해 장시간 회의에 지친 기색을 나타냈다.

김요구 삼양물산 대표, 김휘묵 삼경인벡스 전무이사, 정행남 아비크 대표이사, 히라카와 요지 썬이스트플레이스코퍼레이션 대표이사 등은 라 회장이 로비에 나온 직후 한꺼번에 급하게 자리를 떴다.


한편 라 회장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사퇴하고 등기이사직만 유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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