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악재 터지면 주가가 뛴다고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10.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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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악재 터지면 주가가 뛴다고요?


악재가 불거지면 오히려 주가가 뛰는 회사가 있다. 이호진 회장의 비자금 조성, 편법증여, 불법로비 의혹 수사로 시끄러운 태광산업 (668,000원 ▲10,000 +1.52%) 얘기다.

태광산업은 25일 종가 129만5000원으로 3년5개월 동안 부동의 최고가주로 군림해온 롯데제과 (27,700원 0.00%)(127만2000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최근 두달간 상승률은 80%가 넘는다.



태광산업의 주가가 이처럼 단기간에 급등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8월 장하성펀드가 태광산업의 자회사인 대한화섬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5거래일 동안 89%가 올랐다. 장하성펀드가 태광산업 지분을 직접 매입했다고 밝힌 뒤 1년여만인 2007년 10월엔 역대 최고가(167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주가는 최고였지만 경영진의 표정은 최악이었다. 장하성펀드의 경영 참여 공세에 맞서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서 장하성펀드는 '악재 중 악재'였던 셈이다.



악재가 득이 된다는 이 이상한 공식을 두고 증권가에선 태광산업의 지배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이 회장의 지분 15%를 포함해 대주주 지분과 자사주 물량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폐쇄적인 구조다.

최근 검찰 수사가 이 회장 등 최대주주를 겨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고 있는 데는 이런 폐쇄적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장하성펀드가 지배구조개선을 내걸고 태광산업을 지목하면서 주가가 올랐을 때도 같은 분석이 적잖았다.

물론 주가 상승의 바탕까지 내려가면 견실한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태광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75억원으로 2007년 화학업종 호황기 때의 840억원보다 많다. 3분기 실적도 2분기만큼은 아니지만 600~700억원을 달성하는 데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 경영진이나 최대주주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서글플지도,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식을 발행한 이상 최대주주도 결국은 '원 오브 댐(one of them)'이라는 사실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내놓을 것은 내놓는 게 상장사의 기본 의무 아닌가 말이다. 더구나 태광산업만한 기업이 매번 투명성 시비에 휘말리는 건 남 보기에도 부끄럽다.

태광산업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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