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호남1위··· 심상치 않은 박근혜 상승세

머니투데이 박성민 기자 2010.10.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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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공부도 열심히, 국감장에서 실력 발휘

지난 주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강타했다. 흑백 사진 속 비키니 차림의 10대 소녀가 그 주인공.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사진이었지만 그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였기에 네티즌은 뜨거운 관심은 더욱 달궈졌다.

박 전 대표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얼마 전까지 '얼음공주'라는 별칭처럼 '칩거'에 가까운 행보였지만 최근 다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덩달아 최근 여론 조사에서 잇따라 30% 안팎을 기록하며 한동안 20%대에 머물렀던 답보 상태에서도 벗어났다.



한 여론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의 취약지역인 호남에서 18.6%의 지지율을 기록, 1위로 올라섰다. 물론 야권 후보들의 상대적 정체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다는 관측이지만 호남 출신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야권 내 1,2위를 다투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제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영·호남을 아우르는 '전국후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호남에서 1~2%를 기록 중인 다른 여당 대권 잠룡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강조할 수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정도 정치, 원칙과 신뢰의 정치, 절제된 언어를 통한 품격정치, 지역 균형 발전의 의지에 대한 호남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상승세의 시작은 이명박 대통령과 화해를 물꼬를 튼 8·21 회동부터다. 6·2 지방선거의 패배원인이 친이(친이명박)·친박 간 갈등 때문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두 사람은 '현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과의 청와대 만찬 중 건배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18대 국회의 성공을 위하여 건배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살아야 박 전 대표도 산다"는 당 안팎의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박 전 대표의 광폭 행보는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미니홈피와 트위터 등 '온라인 정치'에서 벗어나 친이계 의원, 여성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회동에서 선보인 그 만의 '썰렁 개그'는 친숙한 이미지를 더하며 인기 상승에 한몫했다. 지난 6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며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그였다.

박 전 대표는 정책 발굴 및 제시 콘텐츠에서도 내실을 다지고 있다. 외부에 경제 전문가 팀을 짜고 국감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 경제통인 이한구·유승민·이혜훈 의원 등을 가까이 두며 경제공부에 열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뜻밖의 호재도 등장했다. 드라마 '대물'이 인기를 얻으며 '여성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거 드라마 '선덕여왕'이 인기를 끌 때도 '여성 리더십'이 부각되며 "박 전 대표가 반사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한 의원은 "지지율은 언제든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라 최근 상승세에 담담하다"며 "화제가 되는 부분은 우리가 의도한 부분도 아니고,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시점에서 표출된 것이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짐짓 거리를 뒀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상승세를 '잠시 떠났던 집토끼의 귀가'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올랐다'는 개념이 아니라 고정 지지층을 회복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역대 대통령의 경우 상대 당의 지지층을 흡수해야만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며 "신선한 얼굴이 바람을 일으켜 박 전 대표를 능가하는 지지를 얻을 경우 이를 잡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DJP연합'을 통해 충청지역의 보수표를,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개혁의 바람으로 젊은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대로 '실용과 중도'를 통해 민주당 지지표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박 전 대표가 충성도 높은 고정 지지층을 넘어 어느 정도 외연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 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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