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평판 나빠 외자유치도 실패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0.10.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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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달라진 사채시장… 비공식채널 통해 기업·CEO 등도 꼼꼼히 조사

명동 사채업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거래하는 상대에 대한 '신뢰성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태광그룹의 비자금 수사와 신한은행 수사 등이 모두 내부자 제보에서 비롯된 만큼 시장에서는 사람에 대해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명동 전주들은 투자기업이나 중개업체들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세무조사나 검찰조사를 받는 탓에 중개업자와 상대 기업의 신용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 같은 때는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바로 조사가 들어오기 때문에 조심에 조심을 더하고 있다.



◇검찰 수사로 달라진 명동 풍속도 = 익명을 요구한 명동의 시장정보업자 A씨는 "요즘 명동 사채업자 또는 외국인들이 국내 기업들과 거래하거나 투자하기 전에 비공식 채널을 통해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평판 조회를 꼭 하고 있다"며 "1년 전만 해도 없던 명동시장의 새로운 풍속도"라고 말했다.

기업 또는 CEO의 '평판'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말이다. 의뢰자들은 소송, 납세정보는 물론 주변 거래처나 업계 사람들의 평판 등을 주문하고 있다.



A씨가 개인적으로 맡고 있는 평판조회 의뢰는 매월 4건 정도. 의뢰자가 요청하는 대상은 대기업, 무기업자, 제약업체, 대부업체, 개인사업자 등으로 다양하다. 이중에는 CEO의 평판이 좋지 않아 외자유치에 실패한 기업도 있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건설사의 대표이사 4명에 대한 평판도 의뢰받은 적이 있다"고 귀뜸한 그는 "의뢰자가 평판 조회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대개 런 경우 외자유치나 외국사업 수주와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평판 조회를 의뢰하는 경우 실제 투자부서에서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 은밀히 확인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만큼 공식채널을 이용한 조회보다 비공식 채널을 이용한 평판조회가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명동 30년 여직원의 배신= 이런 분위기다 보니 명동에서는 2년 전 발생한 '30년 같이 일한 여직원의 배신'이 새삼 회자되고 잇다. 다들 쉬쉬하고 하지만 명동 사채업자 밑에서 거의 30년을 근무한 경리책임자가 회장이 해외여행을 하고 있는 사이 현금 30억 원을 들고 잠적해 버린 사건이다.

회장은 문제의 여직원(할머니 급)을 신고도 못했다는 소문이다. 신고하면 본인의 자금 조성경위 등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하고 자신의 치부도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직원(할머니 급)은 아직 전화로 연락을 계속하며 '죄송하다. 갚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있어 회장은 애써 '배신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명동에서는 이 일로 '아는 사람도 다시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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