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을 마친 뒤 "황 전 비서의 부인도 미국에서 자살하고, 아들도 자살하고, 딸마저 죽어 가족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말은 황 전 비서의 부인이 '숙청의 칼날'을 피해 미국에 살다 자살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요컨대 황 전 비서가 홀홀 단신 망명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북한을 빠져나왔다는 얘기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황 전 비서의 망명 당시 중국 최고위급과 담판을 지어 한국행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김 전 대통령은 "처음 여기와서 접촉할 때 나를 가장 처음 만났다"며 "한 달에 한 번 점심을 먹으며 2시간씩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할 만큼 황 전 비서와 각별한 관계임을 강조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주체사상의 대부'로 불리며 한때 북한 최고위급 직위까지 올라갔던 황 전 비서는 망명 이후 북한의 '공적 1호'로 암살위협을 받아왔다.
정보당국은 이 때문에 황 전 비서의 가족이 연좌제에 걸려 결국 숙청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들리는 말로는 가까운 가족부터 그와 가까이 지낸 2000명이 숙청됐다"고 말해 숙청가능성을 높였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의 보도를 봐도 황 전 비서의 가족사는 '비극' 그 자체다. 부인은 북한에서 숙청됐고, 자식 또한 같은 처지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황 전 비서가 망명한 뒤 한국에서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이 현재로서는 그나마 유일한 직계가족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김 전 대통령의 '황장엽 부인 미국 자살' 발언은 진위여부를 떠나 한때 북한에서 가장 추앙받던 황씨 가문의 '비극'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어서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