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들이 명절후에 은행에 가는 이유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9.2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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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연휴 땐 주택연금 가입위한 가족회의

# 10년 전 A공기업 임원을 끝으로 은퇴한 공진식(72, 가명)씨는 지난 5월 비상근직 일이 끝나 생활비 조달을 고민하고 있다. 국민연금 이외에 다른 수입은 없는 상태이다.

공 씨의 병원비는 자녀들이 분담해주지만 노후 생활을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그는 이번 추석을 앞두고 큰 결심을 했다. 공 씨는 집 한 채로 생활비 걱정을 덜 수 있는 주택연금에 가입할 생각이다. 이번 명절에 자녀들이 모인 자리에서 결심을 밝힐 계획이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주택연금(역모기지론) 가입이 늘고 있다. 공 씨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에 자녀들과 상의한 후 가입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아 명절후 가입이 많다.

아버님들이 명절후에 은행에 가는 이유


22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07년 7월 출시된 주택연금은 지난 16일 현재 3675명이 가입했다. 이번 추석 이후 월 기준 가입건수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이 우리 사회 노후안전망의 한 축으로서 뿌리 내리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그동안 실적을 감안하면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며 "그동안 가입을 고려했던 어르신들이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에 자녀들과 의논한 후 가입을 결정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택연금 출시 이후 설과 추석 명절이 지난 바로 다음 달엔 20∼30%, 많게는 100% 이상 증가했다.

2007년 추석이 있었던 9월엔 가입건수가 94건에 불과했지만 10월엔 111건으로 늘었다. 2008년 설(2월 22건→3월 49건)과 추석 (9월 55건→10월 78건), 2009년 설(1월 50건→2월 63건)과 추석(9월 79건→10월 90건)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역시 설이 있었던 2월 가입건수는 117건이었지만, 3월엔 13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고령층들은 주택연금의 효용성을 알고서도 정작 가입하지는 않는다. 주택을 보유했다가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나마 그동안 다양한 홍보로 고령층의 주택연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집값 하락으로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양상이 엿보인다. 현재 정부 차원의 주택연금 활성화 방안이 다양하게 모색 중인데, 앞으로 주택연금 가입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연금은 소득의 일부를 적립해야만 하는 다른 연금 상품과 다르다. 소득 유무에 불구하고 집 한 채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평생 본인 집에 살면서 생활비를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 또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승계해서 주택연금을 계속 받을 수도 있다. 배우자까지 당초 계약대로 종신까지 지급해주는 상품은 국내에 없다.

연금지급을 국가가 보증해 주기 때문에 연금지급이 중단되는 일도 없다.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 주택가격은 9억 원 이하이면서 1가구 1주택을 소유하고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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