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만원 vs 141만원 선택, 집값과 주택연금의 함수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8.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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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일때 가입하면 月177만원, 4억으로 떨어지면 141만원으로 감소

"월 177만 원은 받을 수 있는데, 이러다 141만 원밖에 받지 못할 것 같아 가입했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역모기지론) 가입자 이야기다. 5억짜리 아파트로 주택연금에 가입(만 70세 기준)하면 매월 177만 원을 받지만, 집값이 4억 원으로 떨어지면 매월 받는 금액이 141만 원으로 줄기 때문에 가입을 서둘렀다는 것.

주택연금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올 들어 8개월도 안 돼 가입자 수와 보증 공급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수준에 이르렀다. 곧 사상 최대치(연 기준)를 경신할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빠지고 있어 가입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집값이 빠지면 그만큼 연금 수령액도 줄어든다.



177만원 vs 141만원 선택, 집값과 주택연금의 함수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가입건수는 1092건으로 지난해 실적(1124건) 돌파를 눈앞에 뒀다. 금액 기준으로도 1조6849억1800만 원을 기록, 지난해(1조7474억4500만 원) 실적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출시된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주택연금은 출시 첫해 515건(6025억900만 원)을 기록했고 2008년 695건(8632억6000만 원), 2009년 1124건(1조7474억4500만 원)을 나타냈다.



주택연금 가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자식들에게 집을 물려줘야한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연금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9억 원 이하)을 담보로 가입 시점부터 평생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는 상품으로 주택 가격이 비쌀수록 연금도 증가한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18주 연속 하락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당분간 하락세는 분명해 보인다.

국토해양부의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A아파트(102㎡)는 최근 5억2500만원에 팔렸다. 지난 4월 5억5000만원에 거래가 된 집이다.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 가격 하락은 더욱 가파르다. 올 초 5억9000만원에 팔린 야탑동 장미마을(102㎡) 아파트는 지난 6월 5억2000만원에 나갔다. 고가 아파트들이 많은 서울 강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치동 은마아파트(77㎡)는 올 초 10억3000만원을 기록했는데 지난 달 기준으로 8억3500만원까지 하락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지역은 아파트값 하락으로 집값이 대출담보금액보다 낮아지는 이른바 '깡통 아파트'마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빠지고 있는 시점에선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고령자가 늘고 있는 것도 주택연금 가입자 증가의 또 다른 이유다. 공사는 지난 5월 주택을 보유한 일반 노년층 1500가구와 주택연금 이용자 687가구, 주택연금에 대해 상담을 받은 후 신청하지 않은 205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중 55%가 "상속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 가입을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분들의 문의가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며 "실제 상담을 해보면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아서 가입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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