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풀 때 됐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2010.10.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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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청계광장

모든 상품이 그렇듯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단기적으로는 수요에 의해서 가격이 춤을 출 수 있다. 일시적으로 투기적 수요가 몰리거나 투기 세력의 장난에 의해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 주택의 가격변동은 공급보다는 수요적인 측면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급등하는 가격은 정부가 나서 규제나 단속, 혹은 엄포로 잠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최근 폐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는 인위적인 가격 안정책이다. 그동안 주택건설 회사들이 시세보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자 이것이 주변 시세를 또 자극했다. 그러자 오른 시세가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고 그 대안으로 도입된 것이 분양가 상한제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주변 집값을 자극하는 고분양가 후폭풍은 많이 사라졌다. 단기간 집값을 안정시키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상당히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중장기의 문제다. 당장 소비자들은 값싼 아파트를 분양받으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통제는 장기적으로 공급 위축을 초래한다는 점에 있다.



공공부문이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2002년 만해도 주택 인허가 기준으로 민간부문 공급물량은 54만2800가구로 전체 공급물량(66만6500가구)의 81.4%에 달했다. 전체 주택공급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민간에서 담당을 한 셈이다. 하지만 민간주택부문의 비중은 점차 비율이 줄어들어 2009년에는 55.9%(21만3500가구)로 뚝 떨어졌다. 반대로 공공부문은 2002년 18.6%에서 2009년 44.1%로 급증했다.

공공부문의 주택 증가는 곧 값싼 아파트 보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구매력이 취약한 무주택 서민들은 값싸게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다. 문제는 공공부문이 다양한 주택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는 데 있다. 민간 주택부문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주택공급의 절반 이상을 맡고 있다.



공공부문이 나서 중산층 이상의 주택까지 공급할 필요는 없다. 이런 분야는 민간부문의 몫이다. 민간부문을 배제하고 장기적으로 수급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민간부문은 이익에 급급한 고분양가 책정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손가락질만 한다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부문에서 공급이 위축되지 않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이라는 쌍두마차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동시에 끌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면 가격 안정책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시세는 수급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잠재돼 있는 수급 불균형은 언젠가는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불황기에는 그런 누적 수요가 폭발하지 않는다. 활황기로 접어들 때 작은 계기가 만들어지면 억눌려 있던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하면서 시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정책에서 재고시장과 분양시장의 규제 잣대는 달라져야 한다. 재고시장은 스톡(stock)을 단순히 유통시키는 것이지만 신규분양은 스톡(stock)을 새로 늘리는 것이다. 그래서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재고시장보다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아직 곳간에 더 양식(주택)을 더 비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광풍의 씨앗도 향후 물건의 공급이 모자랄 것이라는 수급불안을 토대로 싹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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