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이사 구인난 왜?

더벨 정준화 기자 2010.09.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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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부담은 크고 대우는 미흡..외풍에도 약해 악순환 지속

더벨|이 기사는 09월13일(10: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300조원이 넘는 막대한 국민의 노후자금 운용을 총괄하는 국민연금 기금이사 인선작업이 매번 말썽이다. 업계 최고의 인물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적임자들의 지원이 없어 재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세계 4대 연기금의 자산운용본부장이라는 자리에 걸맞는 처우 개선 등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기금이사 구인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주말 기금이사 후보추천위는 재공모 끝에 최종 후보를 2명으로 압축했다. 이제 임명권자인 전광우 이사장의 결정만 남아 기금이사 인선작업이 8부 능선을 넘은 상태지만 그동안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실제로 1차 공모에 15명의 후보들이 지원을 했으나 A, B, C, D 등급 중 A 등급을 받은 지원자는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없었다.

이처럼 이 자리가 외면받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선 급여 측면에서 큰 메리트가 없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의 연봉은 2억5000만원이며 성과급은 기본급의 100%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성과급 지급 규정이 까다로워 지금까지는 기본급의 30~40%만 지급돼 왔다. 적은 수준의 연봉은 아니지만 공공기관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민간 운용사 수장에 비해 급여가 적은 편이며, 300조원 기금을 운용한다는 책임과 부담에 비해서도 미흡하다는 시각이 많다.


또 올해부터는 이사장의 연금 운용에 대한 영향력도 커져 기금이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올초 이사장 주재로 매월 '운용전략 점검 회의'를 열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지금까지는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키 위해 이사장의 기금 운용에 대한 참여를 제한해 왔지만 금융전문가로 통하는 전광우 이사장 취임 이후 이같은 제한이 없어진 셈이다. 이사장이 개별 사안에 대한 투자 결정에 직접 참여를 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옥상옥'이 될 수 있는 이사장의 영향력은 기금이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사공이 많아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국정감사, 보건복지부, 감사원, 내부감사 등 일년 내내 수시로 이어지는 감사 준비에 항상 바쁘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다. 기금운용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감사는 필요하지만 그 정도가 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임기가 2년으로 짧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여건상 수백조원의 자산을 운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추가로 국제경험을 갖춘 인물은 더욱 찾기가 힘들다.이런 가운데 2년에 한 번씩 기금이사를 교체하다보니 매번 구인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기를 1년 연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연장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짧은 임기를 마치고 민간에 복귀하기도 쉽지 않다. 국민연금은 퇴직직원을 채용한 금융투자회사와의 거래를 일정기간 제한하고 대상 범위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기금이사 인선에 외부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도 적임자들이 지원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2008년 6월에도 기금이사 후보추천위가 공모를 거쳐 3명의 후보를 추천했지만 박해춘 전 이사장 취임 이후 재공모가 결정돼 국민연금 최고위층에서 선임하려는 인사가 따로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후보추천위관계자는 "300조원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이사의 명예에 비해 희생해야 할 사항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기금이사에 대한 적절한 대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매번 인선작업에서 구인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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