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음서제도 부활? 뭇매 맞은 유명환

머니투데이 양영권 박성민 기자 2010.09.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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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채용 특혜 의혹 휘말려… 대통령도 개탄하며 조사 지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공정한 사회'라는 개념이 공명정대하다는 뜻이 아니라 공직자에 오를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뜻 같아요" "이제 스펙에 장관 아버지도 포함되는 건가요" "세습 좋아하는 유명환 장관, 당신이 북한으로 가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채용 특혜 의혹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3일 인터넷 주요 포털은 유 장관 딸의 외교부 통상전문 계약직 사무관 특별채용을 비판하는 글로 하루 종일 들끓었고 외교부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급기야 "특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라"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특별감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유 장관이 황급히 대국민 사과를 하고 공모응시 취소 등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이날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고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도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공모응시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출근 때만 해도 "장관의 딸이니까 오히려 더 공정하게 심사하지 않았겠느냐"며 특혜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과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유 장관의 태도는 청와대가 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자 180도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논란을 보고받고 "장관의 생각이 냉정할 정도로 엄격해야 한다"고 개탄하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외교부 특채과정에 대한 특별 감사에 들어갔다.

유 장관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는 6.2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몰표를 던진 청년층을 겨냥해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라"고 발언했다. 지난해에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천정배 의원에게 '미친X' 이라고 원색적인 발언을 하고 "이런 것(국회)은 없애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공개돼 해임 위기에 몰렸다가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번 채용 특혜 의혹은 이 대통령이 표방한 '공정한 사회'에 흠집을 냈다는 점에서 청와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 딸 채용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출발 과정'을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인터넷에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과거제와 같은 선발제도를 거치지 않고 양반의 친족과 처족을 관리로 선발하는 음서제도가 부활했다"는 내용의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있다.


야당도 이번 사례로 정부가 표방한 '공정한 사회'의 본질이 드러났다며 공격에 열중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외교부장관의 딸을, 그것도 한 사람만 특채한 것이 공정한 사회인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장관 딸만 특채하면서 과연 ‘공정한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특별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특별채용’도 이명박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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