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던 유명환 장관, 急사과 왜?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0.09.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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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채용 특혜 의혹으로 또다시 구설에 휘말렸다. 유 장관의 딸은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공모 응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지만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3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고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도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공모응시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이날 출근 때만 해도 "장관의 딸이니까 오히려 더 공정하게 심사하지 않았겠느냐"며 특혜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과할 사안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도 "관계 법령에 따라 공정에 공정을 기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 장관은 청와대가 나서 특혜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서자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사과 표명을 하기로 황급히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유 장관 딸 특채 사실을 보고받고 특혜가 없었는지 경위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장관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때에는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젊은 세대를 상대로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졌다.

또 지난해에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천정배 의원에게 '미친X' 이라고 원색적인 발언을 하고 "이런 것(국회)은 없애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야당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지만 천안함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이고 오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서는 조직 안정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유 장관은 지난 8·8 개각에서 경질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번 채용 특혜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이 표방한 '공정한 사회'에 흠집을 냈다는 점에서 청와대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앞서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공직 채용 과정은 여기서 언급한 '출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에는 "현대판 음서제도가 부활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야당도 이번 사례로 정부가 표방한 '공정한 사회'의 본질이 드러났다며 공격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외교부장관의 딸을, 그것도 한 사람만 특채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인가 또다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장관 딸만 특채하면서 과연 ‘공정한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특별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특별채용’도 이명박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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