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코레일은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하면 지난해 발행한 토지반환채권 8500억원을 즉시 대납해야 하며 최근의 부동산경기를 감안할 때 다시 사업자를 공모한다고 해도 8조원의 땅값을 받기도 어렵다. 특히 31조원에 달하는 단군이래 최대사업을 무산시켰을 때 돌아올 후폭풍을 감안할 때 사업을 무산시키기 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건설주간사를 포기하면 나머지 16개 건설투자자들은 시공권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어서 이익이다"며 "판이 바뀌면 사업에 들어오지 않을 업체는 없다"고 자신했다.
전략적·재무투자자들이 토지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건설사에 떠민 상황이어서 2조원대의 토지대금을 조달하려면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현재 전략적·재무적투자자와 건설투자자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처럼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내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IFRS가 도입되면 건설사들은 자본금의 100%만 지급보증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자본금이 1조원이라면 1조원 만큼만 지급보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급보증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게 되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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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부동산경기 붐에 편승해 각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늘리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지급보증 여력이 소진됐다. 만약 고육지책으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지급보증을 할 경우 앞으로 사업성이 좋은 프로젝트에는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지급보증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별도로 유상증자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꺼릴 수밖에 없다. 특히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용산역세권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어 지급보증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폭탄 돌리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업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나마 지급보증 여력이 가장 높은 빅10건설사 중 용산역세권에 참여하지 않은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뿐이다. 현대건설은 사업자 선정 당시 삼성물산과 경쟁사였고 대우건설은 당시 금호그룹에 편입돼 있어 사업참여를 금호건설에 양보했다.
현대건설은 현재 인천 숭의운동장, 안산 돔구장, 서울 은평뉴타운 상업지역 등 다양한 PF개발사업을 진행 중이고 대우건설은 지급보증하려면 산업은행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그룹계열 건설사들의 경우 그룹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사업성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영원히 '폭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최근 국내 굴지의 그룹이 코레일에 투자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현재로서는 수면 아래에 잠겨있다. 특정 몇몇 기업이 2조원대의 토지대금 조달을 책임지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코레일이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하지는 않았지만 사업자들은 내달 17일까지 8500억원에 달하는 토지반환채권의 발행이자 128억원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디폴트 상황에 빠진다. 이자를 납부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사업이 무산되는 것을 말한다. 자금조달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