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진' 골프용품 시장

머니투데이 김종석 기자 2010.08.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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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궂어 안팔리고 규제로 못만들고 신병기 외면받고"

이래서 힘들었다
- 4월까지 추워 매출 크게 감소
- 고반발성 헤드클럽 사용 금지
- 사각헤드 드라이버 판매 부진

그래도 희망있다
- 獨 GFK, 한국시장 진출 선언
- 유틸리티클럽·컬러볼등 인기
- 여성등 아마추어 꾸준히 유입



전 세계적으로 골프시장이 불황이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악재는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기상악화다. 한해의 골프 시즌은 3월에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4월까지 추위가 이어져 이 시기의 용품 판매 매출이 급감했다. 둘째 용품 규제를 들 수 있다. 2008년 1월1일 고반발성 헤드 클럽의 사용을 금지하는 새로운 SLE(반발계수) 규정이 발효되어 용품업체들은 새로운 디자인의 드라이버를 만들 기회를 상실했다.



마지막으로 용품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사각헤드 드라이버의 판매 부진을 들 수 있겠다. 예상치 못한 실패는 용품업체들을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용품 시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리서치 회사들이 용품 판매 현황과 시장 구조를 파악한 자료들을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용품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용품시장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독일의 리서치 전문 회사인 GFK의 한국 골프시장 진출 선언은 반가운 일이다. 이들은 이미 한국 골프시장 조사에 착수해 9월이면 1차 자료를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앞서 GFK는 2009년 일본 골프시장을 조사한 자료를 머니투데이에 공개했다. 일본 시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 골프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GFK측의 설명이다.

◇새로운 제품과 가격 인하로 시장 약화 저지
2009년 일본 골프시장은 전년대비 약 9.5%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6개월 동안 11.9%의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자 제조업체들은 서둘러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그 결과 하반기 매출 하락폭을 7.1%로 막을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유틸리티 클럽의 판매가 두 자릿수 성장률로 강세를 보였다. 기본적으로 골퍼들이 잘 소유하고 있지 않던 유틸리티 클럽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인 것과 다른 우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가격이 원인으로 꼽힌다.

남성용 유틸리티와 여성용 유틸리티 클럽 모두 높은 매출을 보였다는 것은 다양한 상품 제공이 매출을 끌어올리는데 주요한 요소가 됐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2008년 매우 큰 손해를 봤던 페어웨이 우드의 판매는 한해 전 매출 수량을 유지하면서 2009년에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여성 골퍼들을 위해 고안한 페어웨이 우드가 잘 팔렸고 볼을 더 먼 거리까지 치는데 적은 힘을 들여도 되는 큰 헤드를 장착한 새로운 모델도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반발계수 규정으로 고반발 페이스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제조업체들은 대신 더 긴 샤프트를 장착한 드라이버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볼 비행을 성공시키기 위해 헤드 앵글을 조정할 수 있는 드라이버를 선보여 시장의 활기를 띄웠다.

웨지의 경우 전문브랜드의 웨지가 아이언 세트를 만드는 제조업체들의 웨지보다 더 많이 팔렸다. 전문 웨지는 모든 웨지의 판매량 중 약 60%를 차지했다. 이 역시 부분적으로는 인기 모델의 가격 인하 덕분으로 볼 수 있다.

퍼터의 매출은 2008년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 후 2009년에는 매출량과 매출액이 모두 떨어졌다. 이것은 2008년도와 같이 소매 유통에서 크게 잘 나갔던 주요 히트 상품의 부재 때문이었다. 반면 프로 골퍼들에 의해 유명해진 거의 모든 새 퍼터 모델은 계속하여 보통 골퍼들을 끌어들였다.



◇컬러 볼과 여성용 스커트의 약진
골프 클럽 매출 약세에도 불구하고 볼의 매출은 매출량과 매출액 측면에서 모두 성장했다. 골프 코스에서 골프를 하는 골퍼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어 볼과 장갑, 다른 일회성 제품들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프로 선수들이 경기에서 컬러볼을 사용하자 아마추어 골퍼들의 컬러볼 구입 또한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슬림 핏 골프 팬츠와 스커트가 여성 골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하의와 어울리는 여성용 신발 판매도 덩달아 증가했다. 여성용 캐디 가방의 경우엔 매출량은 전년 대비 21%, 매출액은 17% 성장했다.

이것은 캐디 가방을 기능성 용품이라기보다 패션 아이템의 하나라고 보는 여성 고객들을 타깃으로 해 캐디 가방 모델의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골프 장갑의 매출은 약 7% 상승했다. 장갑의 경우엔 연습장에서 연습을 할 때도 착용하기 때문에 다른 일회성 제품보다 판매 성장률이 높았다. 2009년 주목할 만한 동향은 인조 및 합성 가죽으로 만들어진 장갑의 판매량 비중이 진품 가죽 장갑의 판매량을 잠식하면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조가죽 장갑이 가죽 장갑보다 저렴하며 새로운 모델의 인조 가죽 장갑은 더욱 좋아진 내구성과 유연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성 및 젊은 골퍼 유입이 최대 관건
어려워진 골프 용품 소매업 환경과 대조적으로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골프를 중단하지 않았다.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 연습을 한 사람들의 수는 실질적으로 3.7% 증가했다.



낮아지는 출산율, 노년화 되고 있는 인구의 영향으로 축구와 같은 팀 운동은 새로운 참가자를 끌어들이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 반면 보다 넓은 나이 그룹에 어필할 수 있는 개인 스포츠가 장기적으로 보아 시장 성장의 더 높은 기회를 가진다.

보통 골퍼들의 대다수는 성인이며 이들의 수는 지난 몇 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골프 코스에서 라운드를 하는 성인(즉 노년층)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는 골프 용품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여성 및 젊은 층이 골프를 해 볼 수 있도록 고취하는 것(그들 중의 일부가 핵심 골프 인구에 합류할 수 있게)은 골프 용품 시장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초보 골퍼들은 경력이 많은 골퍼들 보다 새로운 클럽을 구입할 때 기꺼이 더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자 한다. 진입 초기엔 낮은 가격대의 클럽을 선택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이 비싼 것으로 대체하려 하고 경력이 쌓일수록 추가적인 구입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GFK 그룹은 어떤 회사
본사는 독일에 위치하고 있으며 1925년 이후 마케팅 리서치 분야에 집중해 현재 120여개 국가에서 1만 명의 정직원이 14만4000명의 클라이언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엔 2000년 진출하여 모바일, IT, 광학, 자동차 용품에 대한 서비스를 해왔으며 2010년 골프 클럽에 대한 시장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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