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제재, 정유사 '비상' 주가는 '무덤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8.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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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원유 비중 크지 않아 영향 제한적

미국의 이란 제재 선언 이후 SK에너지 등 국내 정유사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주가는 무덤덤하다.

10일 SK에너지 (112,700원 ▲2,000 +1.81%)는 전날과 같은 13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은 주가에 변동이 없었지만 앞서 2거래일 연속 약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셈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없는 S-Oil (61,100원 ▲1,400 +2.35%)은 오히려 전날보다 900원(1.53%) 오른 5만9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S-Oil은 지난 5월27일 4만9150원까지 빠졌다 상승세를 타고 있다.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GS (44,400원 ▼300 -0.67%) 역시 이날 2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전날보다 750원(1.59%) 오른 4만7850원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란 제재 소식이 국내 정유사에 큰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량에서 이란산 원유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당장 비축분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백영찬 SK증권 (529원 ▼3 -0.56%) 연구원은 "극단적으로 이란이 원유 공급을 끊는다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타격이 심하다고는 보진 않는다"며 "당장 10일 주가를 보면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신은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경기가 호황인데 이런 문제가 터졌다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가 된다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증산에 나설 수도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 역시 "이란 제재 소식이 개별 기업에는 달가운 뉴스가 아닐 테지만 기업가치를 훼손할 정도의 악재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가와는 별도로 각 정유사들은 적잖이 속을 끓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싱가포르 선물 시장 등 단기 스팟(Spot) 시장 거래로 소폭이라도 원가 상승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일이 기업 가치를 훼손할 정도의 악재가 아니라는 데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뉴스도 아니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이란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중단되지 않은 일본 은행을 통해 대금결제를 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20%에 달하는 현대오일뱅크도 이란 측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국내 은행에서 이란 은행으로 송금이 중단되면서 대금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란과 2~3년 단위로 장기 계약을 해왔는데 계약 갱신이 힘들어 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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