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사 "제재하면 15만명 한국인에 악영향"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제공 2010.08.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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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대사 "제재하면 15만명 한국인에 악영향"


“유엔 안보리의 대이란 제재는 어차피 국제사회에서 통과된 것이니, 달갑지는 않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 외에 일방적인 추가 제재 압력에 한국이 굴복한다면, 이란과 한국의 관계는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하마드 레자 바크티아리(사진) 주한 이란대사는 6일 오후 서울 동빙고동 이란 대사관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두툼한 A4 서류뭉치를 앞에 놓고 질문에 답했다. 서류 곳곳에는 연두색 형광펜으로 줄이 처져있었다. 배석한 1등 서기관은 대사가 말을 멈출 때마다 다음 단어들을 읊어줬다. 사흘 전 인터뷰 요청을 받은뒤 테헤란 정부와 사전조율을 거쳐 준비된 발언들을 쏟아내는 인상을 줬다. 바크티아리 대사는 ‘제재(sanction)’ 대신 ‘제한(restriction)’이란 단어를 씀으로써 제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대이란 단독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이란 정부의 대응은.

“한국이 제3국의 추가적인 제재에 동참할 경우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내년이면 50주년을 맞을 양국 관계는 건강하지 못한 사이가 될 것이다. 한국에 테헤란로가 있듯이, 이란에는 서울공원과 서울교가 있다. 또 ‘대장금’ 같은 한국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등 ‘한류’ 바람도 거세다. 이런 양국 관계가 이번 일로 뒷걸음질 치지 않기 바란다. (제재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결정은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면 이란과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란은 한국의 4번째 원유 수입국이다. 또 한국은 25개의 대기업과 2000개의 중소기업이 이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통계수치로 보면 (추가제재로 인해) 양국간 교역이 끊어질 경우 이란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은 업체당 평균 3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결국 약 15만 명의 한국인에게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이란 경제는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란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세계 각지에 많다. (한국을) 대체할 기업도 많다. 이들은 경쟁이 치열하다. 소위 ‘제재’를 가하는 국가들은 스스로를 제재하는 셈이 될 거다.”

-그러나 이란이 북한과 핵협력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이란과 북한 간에 핵협력은 어떠한 종류로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 북한 문제 때문에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데.

“유엔 안보리의 천안함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한국이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처벌하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이 그런 노력을 할수록 미국은 이를 인질로 삼으려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란 멜라트은행이 핵확산에 연루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은 이 은행의 서울지점 폐쇄를 요구하는데.

“멜라트은행은 지금까지 한국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하에 건전한 자금만 거래해 왔다. 규정을 어기거나 위법행위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 미국이 그런 혐의를 제기하려면 합당한 증거를 내놔야 한다.”

-미국이 멜라트은행의 불법행위 기록을 한국에 넘겼다는 얘기도 있는데.

“미국은 문서 위조에 매우 능하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를 다른 국가에 전가하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오종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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