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포영화는 여름에 많이 나올까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10.08.0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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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과학상식]공포영화, 피서(避暑) 효과 있나

소나기가 내려도 그때뿐, 무더위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더위를 피하는 여러 방법 중 빠지지 않는 것이 '공포'다. 여름마다 극장가는 '무한 공포로 더위를 날리세요'라는 구호의 공포영화들이 줄을 잇고, TV에서도 '납량특집'이라는 제목 하에 공포 드라마나 무서운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쇼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데 공포영화를 보면 정말 시원해질까. 답을 알려면 먼저 우리 몸이 어떻게 추위와 더위를 느끼고 온도를 유지하는지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인체는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려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뇌의 시상하부에는 체온 감지시스템이 있어 척추, 근육, 혈관, 피부 등에서 온도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체온이 변할 때마다 수시로 대응책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외부 온도가 높아지면 호흡이 가빠져 체내의 뜨거운 공기를 내뱉고 외부의 찬 공기를 들이마신다. 또 땀을 증발시켜 열을 방출하기도 한다.

반면 체온이 낮아지면 땀구멍을 닫고 혈액도 피부보다는 근육 쪽 혈관을 통해 흐르도록 해 살갗의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 또 근육을 으스스 떨게 해 열을 낸다.



재미있는 것은 공포영화를 볼 때의 몸은 체온이 떨어졌을 때와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공포영화를 보며 공포와 긴장감을 느끼면 뇌는 경고 신호를 온몸에 보낸다.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돼 몸의 경계태세가 강화된다. 소화기관에서 근육으로 피가 쏠리며 소화기관의 활동이 줄어든다. 여차하면 몸을 신속히 피하기 위해서다.

또 에너지 방출을 줄이기 위해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래서 얼굴의 핏기가 가시며 창백해지고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근육은 수축돼 으스스한 느낌이 나고 땀샘이 자극돼 식은땀이 난다. 식은땀이 증발하면 몸은 더욱 서늘함을 느낀다.

이와 함께 신체는 공포와 같은 자극을 받으면 아드레날린이나 도파민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때 신체 변화와 함께 짜릿한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즉 공포영화는 시원함과 더불어 '속 시원함'도 느끼게 해주는 셈이다.


에어컨도 없던 과거, 여름밤 손주들을 앉혀놓고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무서운 이야기는 우리 선조의 지혜로운 피서법인 것이다. 유독 더운 올해 여름, 에어컨 대신 공포영화 한편으로 더위를 잠시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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