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레이션 재연? 상황이 다르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0.08.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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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있지만 필연적이진 않아

러시아가 곡물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집트, 방글라데시 등을 폭동으로 몰아넣었던 2008년 식량 위기가 재연되며 농산물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유럽 밀 가격은 5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12% 이상 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량도 사상 최대에 달했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밀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역시 8.3% 올랐다. 미국 밀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불과 한달반 동안 80% 이상 폭등했다. 약 40년래 가장 가파른 가격 오름세다.



밀 가격 급등세뿐 아니라 대체재인 옥수수, 대두, 쌀, 보리 등의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옥수수 12월물 가격도 이날 장중 부쉘당 전날대비 5.8% 오른 4.39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마감가는 다소 내려 전날대비 부쉘당 5센트 오른 4.18달러를 기록했다.
옥수수 값 역시 6월말에 비해 21.5% 상승했다.



현미 선물가는 장중 100파운드당 2.8% 오른 11.6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말 현미 선물가는 9.685달러였으며 2008년 식량위기 당시에는 25.07달러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대두 선물 가격은 한달여 새 부셸당 9달러에서 10.32달러로 뛰었다. 6월 초 부셸당 2달러를 밑돌던 귀리 선물은 3달러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날 러시아의 곡물 수출 금지 선언이 기폭제가 되긴 했지만 주요 곡물 가격의 오름세는 지난 6월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가뭄, 이상 고온, 산불 등으로 주요 생산지역의 밀 작황이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곡물가가 상승하면 이를 사료로 사용하는 육우와 돈육 등 축산물 가격도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자연스레 인플레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에따라 앞서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회장의 경고대로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된다. 그는 "그간 농산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았고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라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점에 곡물가 인상이 발생한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애그플레이션을 예단하긴 이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008년과 비교해볼 때 밀 재고가 충분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2008년 위기 당시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생산국의 밀 재고는 바닥난 상태였다.

미국 USDA 추산에 의하면 5월말 현재 미국 밀 재고는 3000만톤으로 23년래 최고다. 식량파동기인 2007~2008년시 미국 재고는 사상 최저치인 830만톤으로 떨어져 있었다. 당시 새로운 친환경 대체에너지로 각광받는 바이오 에탄올 추출을 위해 밀밭을 갈아엎고 원료가 될 옥수수를 심은 결과이다.

또 당시 전세계는 거품이 형성되던 인플레이션 기조에 있었지만 현재 선진권 대다수는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어서 애그플레이션의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는 시장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12월 추수가 시작되는 호주, 아르헨티나 등 남반구 곡물 수출국들의 작황이 애그플레이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앞으로 6개월간의 날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날씨 도움으로 호주, 아르헨티나 등의 밀 농사가 풍작을 거둘 경우, 수급 불안이 크게 완화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애그플레이션의 우려는 한층 깊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자끄 디우프 사무총장은 애그플레이션 가능성과 관련, 2007~8년 세계 곡물 재고가 30년 최소인 4억2700만톤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억2800톤에 달해 식량위기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급 패닉과 수출 제한이 가격 상승과 투기 수요를 야기할 경우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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