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수급대란, 2008 애그플레이션 재연되나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 송선옥기자 2010.08.06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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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밀 재고와 생산 풍족, 한가닥 기대

극심한 가뭄으로 밀 수확량이 급감한 러시아가 5일(현지시간) 전격 밀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밀은 물론 대체제인 옥수수, 쌀값까지 뛰면서 2008년 애그플레이션 재연이 우려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가 활발한 12월물 밀 선물가격은 부쉘당 7.9% 오른 8.15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3개월래 최고치다. 밀 가격은 6월9일 부쉘당 4.75에서 이날까지 72% 수직 상승했다.



이날 급등은 러시아 수출제한조치가 기폭제가 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가뭄으로 곡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15일부터 연말까지 곡물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3번째 곡물 트레이더인 밸라르수 그룹은 “이는 농부와 수출업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 회사들은 당장 이집트로의 60만 메트릭 톤의 밀 선적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러시아 수출 중단은 다른 기상요인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2008년이후 최대 파동위기를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분석에 의하면 러시아는 130년만의 가뭄으로 볼가강을 중심으로 하는 밀 생산의 절반이 날라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다 유럽지역의 가뭄과 주요 곡물수출국 캐나다 홍수, 호주 메뚜기떼 극성 등이 겹쳐 수급대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세계 두번째 밀 생산국 인도는 작년 가뭄후 비축한 밀이 관리부실로 홍수로 많이 유실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도 기업들에게 밀 사재기와 축장을 하지말 것을 경고했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최근 곡물가격의 추가인상과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는 '애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그는 "그간 농산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았고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라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점에 곡물가 인상이 발생한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밀 수확량이 가뭄으로 인해 당초 전망치 8500만톤보다 1000~2000만톤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가뭄은 이뿐 만 아니라 원당, 감자, 옥수수 등의 생산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12월물 옥수수 선물가격도 이날 장중 부쉘당 전날대비 5.8% 오른 4.39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마감가는 다소 내려 전날대비 부쉘당 5센트 오른 4.18달러를 기록했다.
옥수수 값 역시 6월말에 비해 21.5% 상승했다.

현미 선물가는 장중 100파운드당 2.8% 오른 11.6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말 현미 선물가는 9.685달러였으며 2008년 식량위기 당시에는 25.07달러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2008년 2월 아이티, 이집트 등의 식량 폭동 여파로 밀 가격은 한때 13.495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2008년과는 다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미국의 밀생산량과 재고가 건재하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 USDA 추산에 의하면 5월말 현재 미국 밀 재고는 3000만톤으로 23년래 최고다. 식량파동기인 2007~2008년중 미국 재고는 사상최저치인 830만톤으로 떨어졌다. 러시아 등에서 최악으로 밀생산이 2000만톤 이상 줄어들 더라도 미국재고로 웬만큼 커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007~2008년 당시 미국에서는 밀밭을 에탄올 생산이 가능한 옥수수밭으로 전용하는 바람에 밀수확이 급감한 요인이 됐었다.

7월초 미국정부는 올해 전세계 밀 재고량이 1억8700만톤으로 2007~2008년 당시의 1억2400만톤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세계 밀 생산량을 당초보다 2500만톤 줄어든 6억5100만톤으로 낮춰 잡았다. 이어 러시아에 가뭄이 계속되면 올해뿐 아니라 2011~2012년 작황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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