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 집없는 설움, 누가 풀어주나

머니투데이 문성일 건설부동산부장 2010.08.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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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야기] 집없는 설움, 누가 풀어주나


설움 설움해도 가장 큰 설움은 역시 '집없는 설움'이라고 했다.

국토해양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자가주택비율은 45%로, 남의 집을 빌려 사는 타가비율은 55%다. 절반 이상이 전세나 월세 등을 통해 남의 집에 사는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강남구, 관악구, 중구, 광진구, 용산구, 마포구 등 6개 자치구와 경기 과천시의 경우 자가주택비율이 40%에도 못미치고 있다.

전국의 자가주택비율은 56%로 서울보다는 높지만, 44% 가량은 여전이 남의 집에서 살고 있다. 자가주택비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주택을 실거주 목적보다 임대 등 투자를 위한 보유자가 많음을 보여준다. 굳이 자가 보유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수치상으론 내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이는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택이 많이 공급되더라도 모든 이에게 내집마련의 기회가 고루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집을 사려면 그에 해당하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고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집장만을 위한 필요자금은 실로 엄청나다.

외환위기 이후 전체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순수 자기자금으로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수요층은 그리 많지 않다. 직장인이 월급만으로 서울 강남에서 방2~3칸짜리 집을 마련하려면 20~30년 걸릴 정도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내집마련의 갈망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시장경제 원리상 민간기업에 분양가를 낮춰 주택을 공급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내세워 공급가격을 억제하도록 하는 것도 시장경제 원리상 모순이다.

이에 비해 공공기업은 이같은 시장경제 원리에서 다소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시장경제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서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공공기업의 가장 중요한 설립 목적이기도 하다.

최근 두 개 공기업이 통합된 한국주택토지공사(LH)의 부채 문제가 화두다. 이 공기업이 안고 부채는 118조원에 달한다. 통합전 두 개 공사가 안고 있는 부채 규모가 워낙 많았던데다 지난해 하반기 통합 공사 출범이후에도 부채가 계속 늘어왔다.


이같은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LH는 토지수익연계채권 발행, 5년·10년 분양전환 임대주택의 자산유동화, 해외채권 발행, 1인 1매각 운동 등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나 자산 매각 작업이 그리 만만치 않다. 어찌됐건 적자를 줄이고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LH는 인력이든 사업이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이 국내에서 돈을 많이 벌어들인다면 과연 환영할 만한 일일까. LH는 '거주'라는 국민들의 기본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할 공기업이다. 때문에 집을 팔아 많은 이익을 챙겼다면 공기업으로서의 존립 근거나 설립 목적에도 위배될 수밖에 없다.

LH의 탄생은 사실상 정치적인 논리가 앞섰다. 입장차가 극심했던 두 공기업을 민간기업 출신 CEO와 구성원 스스로가 화학적 통합을 이룬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깝다.

LH가 처한 상황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책임은 통합 당시부터 부채 조정이나 관련 세금 문제 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또 통합 이전부터 지금까지도 정부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도 과도한 부채를 유발하게 한 원인 중 하나다.

그렇다고 단순히 결자해지만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책임공방만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확실한 솔루션을 찾자는 것이다. LH와 같은 공기업의 존립은 서민 중산층의 주거안정에 직접적이면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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