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갚는 건설사들, 발행 안하나 못하나

더벨 조화진 기자 2010.07.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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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조달가능" 한 목소리...건설사 위험에 대한 인식 방증

더벨|이 기사는 07월26일(10: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만기를 맞은 건설사들이 차환발행보다 현금 상환에 나서고 있다.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회사는 비축해 놓은 현금을 동원하고 일부는 유동성이 부족해 매각할 자산을 찾는 회사도 있다.



건설사들이 차환발행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우선 시장의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건설사들은 아무리 건설업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금리 수준이 너무 높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당장 현금이 쪼들리더라도 빚을 갚고 나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제적 자금조달에 나섰다. 국내 부동산시장까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건설사들은 당장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기 1~2년의 단기채권 발행도 꺼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발행했던 채권의 만기가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고 특히 올 하반기에 꽤 많은 물량이 몰려 있다.



각 건설사들이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여건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나빠지자 차환발행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건설사들 자체적으로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발행이 무산된 뒤 당분간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과 10월에 만기도래하는 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표시채권(외표채), 300억원어치의 사모사채는 모두 현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보유 현금이 7000억원 정도 되고 매월 들어오는 자금이 2000억~3000억원 정도여서 현금 상환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A+급의 우량건설사로 분류됐던 현대산업개발이 채권발행에 소극적인 이유는 금리 때문이다.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신용스프레드 폭이 너무 커 고금리로 발행해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것 보다는 자체 상환하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인수했던 건물을 재매각해 상환자금을 마련하는 건설사도 있다. 신세계건설은 오는 8월26일 1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상환자금을 상가 매각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고, 현재 인수자를 물색 중이다. 신세계 건설은 지난2월에 만기도래했던 채권도 청담동에 소재한 상가를 매각해 상환한 전례가 있다.

SK건설의 경우는 해외 플랜트 수주 덕분에 들어온 넉넉한 현금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해외 플랜트 수주 선수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상반기부터 만기도래한 채권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있다.



SK건설의 하반기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9월28일 800억원 원화채, 11월9일 5000만달러 외표채, 11월7일 1000억원 원화채 등 2500억여원 정도다. SK건설은 은행에서 조달한 차입금을 거의 상환한 상태라 차입한도에 여유가 있어서 굳이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겉으로는 건설사들이 큰 문제없이 만기도래 채권을 처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다는 것 자체가 건설사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건설사들은 회사채뿐만 아니라 대출, 기업어음(CP)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인데 보유현금을 계속 소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채 시장을 계속 외면할 수 없고, 이는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측면이라기 보다는 외부 환경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 건설사들은 시장에서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발행을 하고 싶어 하는데 상황이 만만치 않으니까 태연한 척 하는 것"이라며 "몇몇 건설사들은 금리가 문제지 발행이 안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만 좋아지면 다시 채권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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