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기재부 부동산정책 둘러싼 '갈등史'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0.07.22 19:22
글자크기
 "참...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지난 21일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관계부처간 이견으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전격 연기되자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의 표정이 어둡다. 부동산 관련 주무부처로서 적기에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인 듯 보인다. 이번 부동산 대책 마련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는 지적도 자존심 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시장 관리를 위해선 거래와 가격규제보다 금융수단을 통한 관리가 효율적"이라는 소신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런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치기 쉽지 않은 게 국토부의 현실. 금융이나 세제 부분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가 키를 쥐고 있어 이들 기관과의 합의를 얻어내야 해서다.



때문에 현 정부 출범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어온 국토부는 매번 기재부, 금융위 등과 엇박자를 일으켜왔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상황 인식이 워낙 달라서다.

 지난 2008년 말에도 국토부의 부동산 대책이 한차례 무기한 연기된 적이 있다. 기재부와 국토부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투기지역 해제,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국토부가 해제 방침을 밝히자 기재부가 "계획이 전혀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 투기과열지구는 국토부 장관이 해제권한을 갖고 있지만 투기지역은 기재부 장관이 갖고 있다.



 당시에도 부처간 이견 조정도 안된 정책이 흘러나와 국민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는 같은 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안들을 발표했지만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해를 넘기고서도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기재부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뛸 수 있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국토부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라며 애를 태웠다. 당시 강만수 기재부 장관과 여권 일부 인사까지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에 나섰지만 결국 타이밍을 놓쳐 강남투기지역 해제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수차례 법안심사소위에서 탈락해 계류 중이다.

 기재부와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 관련 불협화음은 이뿐 만이 아니다. 거주요건 강화와 만능청약통장 소득공제 등을 놓고도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에는 DTI 완화 여부를 놓고 대책 발표 직전까지 긴급 관계장관 회의까지 갖고도 대책을 연기하는 등 그 혼선이 극에 달했다. 이처럼 중앙부처끼리 국민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매번 혼선을 빚자 정책 불신이 팽배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의욕적으로 앞서나가는 반면 금융·세제를 담당하는 기재부·금융위는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면서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부처내 의사소통의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 한 고위 공직자는 "이런 갈등이 일어난 것은 결국 부동산시장에 대한 인식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라며 "더욱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통계가 우선 필요하고 자신 부처의 상황 논리보다는 국민 민생을 위한 정책 입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