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겁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10.07.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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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투자포인트-⑤]전문가 지상방담

편집자주 증시 투자자라면 국제회계기준(IFRS)이라는 회계용어를 한 번쯤을 접해봤을 것입니다.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IFRS를 적용한 실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내야 합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굵직한 기업들은 IFRS를 적용한 올해 1분기 실적을 이미 공개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투자자에게 IFRS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합니다. 회계기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를 수 있는 IFRS적용에 따른 변화 포인트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IFRS 도입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와 투자 포인트를 투자자의 '눈높이'에서 제공하는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머니투데이는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꼭 챙겨야할 투자 포인트를 다루는 시리즈를 4회에 걸쳐 게재했습니다.

IFRS가 도입되더라도 기업의 근본가치는 변함이 없지만 기업실적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투자요령도 그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물론 투자자의 관심과 노력도 이전보다 더 필요해집니다.



시리즈 마지막으로 IFRS에 정통한 회계 전문가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투자자들이 IFRS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지에 대한 조언을 듣는 시간을 ‘지상방담’ 형식으로 마련합니다. (참여해 주신 분: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갑재 삼일회계법인 전무,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이상 가나다순))

-IFRS의 특징이 개별제무제표가 아닌 연결재무제표를 반영하고, 자산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반영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기업에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갑재 전무)=현행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정보에 충분히 근거하여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이론적인 판단입니다. 왜냐하면 재무보고 방식이 바뀌었지만 기업의 실질적인 영업내용과 현금흐름은 변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정보가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거나, 기존 재무정보에 추가적인 정보가 공시되고, 같은 정보여도 공시 시점의 변동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업의 영업전략이 실질에 맞도록 변화될 수도 있다는 점들이 투자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김철범 센터장)=단기적으로는 불리하게 작용하리라 예상됩니다. IFRS 도입은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 기업의 좋은 점을 더 좋게 하기보다는 나쁜 점을 좀더 빨리 드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해외사업을 본사 보증을 통한 부채로 확장을 해왔고, 또 자회사를 통해 부실을 일부 숨기기도 해지만 연결제무제표를 도입할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지거나 부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회계투몀성이 부각되기에 마켓전체의 밸류에이션은 높아지리라 생각됩니다.

▷(황상연 센터장)=IFRS 적용이 기업에 유.불리하다기 보다는 ‘실질에 가까워진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한국 기업 투명성이 제고된다는 인식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입니다.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들에게 IFRS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투자자들이 어떤 루트를 통해 IFRS와 친해지는 게 좋을까요.

▷(이준재 센터장)=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때 일수록 기본적인 지식부터 차근히 쌓아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금융감독원 IFRS 홈페이지(http://ifrs.fss.or.kr)에 가서 IFRS 안내서를 다운받아 보시는 것을 1차적으로 추천합니다. 이후에 현재 나와 있는 증권사 리포트들을 차근차근 읽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이갑재 전무)=일반투자자 중에서도 투자성향이 큰 투자자라고 한다면, 정기 재무공시에 근거한 투자비중이 낮으므로 IFRS 도입으로 인한 영향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일반투자자가 정기공시 재무정보를 투자에 유용한 정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증권사 등 전문적인 투자분석 자료들의 활용도를 높여야 합니다.

-IFRS 적용으로 전통적인 투자지표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IFRS가 반영된 투자지표를 읽을 때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어디라고 보시는지요.

▷(황상연 센터장)=교과서적인 투자지표 자체에 변화가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업이익 중심의 지표에는 다소간 고려가 필요합니다. 연결재무제표에서 고려해야 할 소수주주 지분에 대한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밸류에이션에서는 이익과 같은 근거가치와 주가 등 비교대상 가치간의 정합성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런 가치간의 비교에 모순과 결함이 없는 살피셔야 합니다.

▷(김철범 센터장)=IFRS가 도입되면 회계원칙의 변화로 일회성 요인들이 기업의 수익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지속적인 수익을 분석해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준재 센터장)=재무제표상 밑단에 나타나는 순이익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하지만 매출액 등과 같은 윗단의 숫자에는 변화가 크므로 마진율 등을 계산할 시에는 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들이 IFRS 적용을 앞두고 앞다퉈 자산재평가를 벌이고 있습니다. 자산재평가가 기업이익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로 파악해야 할까요.

▷(이갑재 전무)=자산재평가가 기업의 현금흐름을 변동시키지 않는 점에서 영향은 없다는 것이 이론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등의 공정가치는 이미 투자자가 알고 있었던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결재무제표 도입시 회계상 기업의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경우에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이를 복구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준재 센터장)=장부가 대비 공시지가가 높은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산재평가로 자기자본이 증가하면 부채비율은 개선되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는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밸류에이션의 경우는 ROE를 반영해야 하므로 펀더멘털 가치 측면에서는 거의 영향이 없습니다.

▷(황상연 센터장)=이미 대부분의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보유자산에 대한 시가 평가를 해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연결제무제표가 적용되면 자회사 실적이 중요해지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자회사 덕을 볼 수 있는 기업을 추천한다면요.

▷(황상연 센터장)=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기업을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제조업 중심의 자회사를 거느린 기업들은 단독 기준 재무제표 대비 큰 변화가 없고, 해외 판매법인 등을 많이 가진 기업은 부채가 과다하게 나타날 여지는 있습니다.

▷(이준재 센터장)=어쩌면 이 부분 역시 IFRS에 대한 시장 오해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기존 방식에서 이미 우량자회사에 대한 이익이 지분법이익으로 반영돼 왔고 해당 수치들이 IFRS 상 영업이익으로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으로 실적의 큰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자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연결기준 순이익이 감소하고 부채비율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투자의사 결정시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IFRS에 대처하는 투자자들의 현명한 자세를 조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철범 센터장)=IFRS가 도입되면 일시적으로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는 개인적인 변동성에 집중하지 않고 기업의 본질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실 자회사들이 있거나 해외사업이 부채를 통해 급격히 확장되는 기업들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황상연 센터장)=초보 투자자일수록 너무 미시적인 항목이나 단기 실적 변화에 연연하시지 마시고 장기적인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 투자비, 현금흐름과 같은 굵직한 항목 위주로 흐름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단기 실적 변화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다면 큰 혼선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준재 센터장)=IFRS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1차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울러 금융당국 역시 각 회사가 공시하는 회계정보가 신뢰성이 있고 비교가능한 투자판단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갑재 전무)=IFRS는 시장참여자 모두의 시각을 포용하지만 특히 투자자입장을 중요시합니다. 투자자가 합리적인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재무정보가 무엇이며, 이러한 정보를 기업이 적절한 방식과 수준에서 시장에 공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IFRS를 알면 알수록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유리해지는 만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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