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KB금융회장 내정자 거침없는 말로 시끌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오상헌 기자 2010.06.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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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뱅크(초대형은행)론을 주창한 게 아니다. KB금융 (83,800원 ▲2,600 +3.20%)그룹의 내실과 생산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인수·합병(M&A)은 그 다음 문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최근 측근을 통해 전한 말이다. 자신의 M&A 관련 발언이 '메가뱅크' 논란으로 이어진 것에 대한 해명성 발언이다. 한 측근은 "KB금융 경영합리화 달성이 우선이다. 그 뒤 사업 다각화에 적합한 매물이 나오면 인수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말을 보탰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미 '메가뱅크' 회오리에 휩싸였다. 어 내정자는 부인할 수 없는 '메가뱅크론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특히 내정 직후부터 거침없이 쏟아낸 말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우리금융 (11,900원 0.0%) 계열사를 분리 매각하면 우리투자증권 등 비은행 부문만 인수할 수도 있다"고 '톤'을 낮췄다.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회오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선 좀 더 신중한 발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말은 말을 낳게 돼있다. 새로운 해석까지 보태지면 진의는 왜곡된다. 결국 어 내정자의 행동반경을 옥죄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거침 없는 말 말 말= "세계 50위권의 대형은행이 필요하다." 어 내정자는 KB금융과 인연을 맺기 전부터 이런 말을 하곤 했다. "금융권에도 삼성전자 (64,200원 ▼500 -0.77%)가 나와야 한다'는 말 역시 대형화 필요성의 에두른 표현이다.

인수대상과 방식까지 언급했다. "우리금융 짝짓기 대상으로 KB가 가장 적절하다" "주식 맞교환 등으로 살 수 있다"는 것. 합병 방식으로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외환은행 (0원 %) 인수엔 별 관심 없다. 차라리 산업은행에 더 관심 있다"는 말로 '메가뱅크' 논란의 정점을 찍기도 했다. "우리금융을 인수하지 못하면 산업은행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라고 측근들은 진화에 나섰다.


금융권에선 당장 'KB금융+우리금융+산업은행'을 묶는 초대형은행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본인은 뒤늦게 "그게 가능 하겠냐"고 말했지만, 어쨌든 시장의 반응은 그랬다.

◇주가 하락+노조 반발=거침없는 발언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9개월 만의 경영공백 상태가 해소됐지만, 시장은 주가하락으로 대응했다. 어 내정자 선임 이후 KB금융 주가는 5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2분기 실적 전망 원인도 있었지만, '합병 리스크'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인수를 염두하고 있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견제구도 날라 왔다. 지난 17일 "M&A는 규모보다 핵심 역량을 키우고 시너지를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 내정자의 '메가뱅크론'에 대한 정면 비판으로 해석됐다.

나아가 "M&A는 상대가 있는데 특정 대상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까지 했다. 우리금융을 합병대상으로 특정한 발언을 M&A 전략상의 '미숙함'으로 깎아내린 셈이다. 'KB+우리'는 메가뱅크지만, '우리+하나'는 아니라는 김 회장의 속내도 읽히는 대목이다.

노조의 반발도 불러왔다. KB금융과 우리금융 노조는 지난 21일 '메가뱅크 저지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합병이 현실화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은행 대형화가 금융산업 발전과 '동의어'가 될 수는 없다"며 "어 내정자가 금융당국에선 꺼져가던 대형화의 불씨를 되살리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신중한 발언 필요=금융권에선 어 내정자가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여러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KB금융 발(發) '오랄 해저드'(Oral Hazard. 무분별한 발언이 논란을 낳는 것)"란 극단적인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 M&A는 감독당국, 인수 상대방, 경쟁자는 물론 주주나 고객들까지 고려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어 내정자가 M&A 관련 발언을 너무 많이 해 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도 "합병은 조용히 진행하다 마지막에 터뜨리는 것이지 전략과 노하우를 처음부터 공개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당장 주가가 흔들리고 노조가 반발하는 등 문제가 생기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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