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를 때마다 얼마나 살이 빠질까?

머니투데이 백진엽, 김성지 기자 2010.06.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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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계단의 재발견]계단 바꾸면 건강+환경+전기료 절약 '1석3조'

계단 오를 때마다 얼마나 살이 빠질까?


"당신은 하루에 계단을 얼마나 이용하십니까."
 
언제부턴가 우리는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두 층 이동할 때도 습관처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아파트와 건물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하면서 '계단'은 우리에게 그저 '비상용' 아니면 '흡연공간'이 돼버렸다. 심지어 어떤 건물은 계단을 아예 창고로 이용하기도 한다.
 
하루에 단 한번도 계단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고층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고,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다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니 계단을 이용할 일이 없다.
 
축제가 한창인 지난 5월 한 대학교에서 '계단은 □□□다'라는 질문을 던지고 빈칸을 메우도록 해봤다. 빈칸을 메운 학생 가운데 절반은 '힘들다'고 적었다. '어둡다' '무섭다' '답답하다'고 적은 학생이 절반쯤 됐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에 밀려난 계단은 우리에게 이미 어둡고 침침하고 힘든 이미지로 각인돼버린 것이다.
 
그런 '계단'이 에너지절감, 친환경 개념이 강조되면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오르내리는 계단이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며 오르내리는 맛을 느끼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계단'의 변화는 기업들이 먼저 이끌고 있다. KT NHN 대웅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층마다 다른 이미지로 꾸며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가 하면 한계단 한계단 오를 때마다 칼로리가 어느 정도 소모되는지를 기록하기도 한다.

↑ 사진 왼쪽부터 대웅제약의 '건강계단', NHN의 '칼로리계단', KT의 '올레계단'.↑ 사진 왼쪽부터 대웅제약의 '건강계단', NHN의 '칼로리계단', KT의 '올레계단'.
이 기업들은 계단을 바꾼 후 계단 이용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선 계단 이용률을 높임으로써 엘리베이터 운행에 들어가는 전기료를 아끼고 환경보호에 동참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건강증진에도 일조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계단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점을 물어보면 한결같이 "걷기 좋은 환경이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걷고 싶은 계단보다 답답하고 지루한 계단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계단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지하철역이다. 해외에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계단을 테마공간으로 꾸민 곳이 많다. 관광명소가 되기도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 지하철역의 피아노계단,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의 미술관 계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우리 지하철역 계단은 오히려 에스컬레이터 설치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기껏 설치해놓은 에스컬레이터를 자원절약 한답시고 시간대별로 운행하는 것보다 걷고 싶도록 계단을 꾸미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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