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188,300원 ▼2,600 -1.36%) 사옥의 계단은 2곳에 있다. 2곳이 각각의 콘셉트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엘리베이터 옆쪽 계단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붙어있는 알 수 없는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칼로리 표시다. 계단을 오르면서 자신이 몇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즉시 알 수 있다.
계단마다 표시된 숫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러닝머신을 뛸 때 계기판에 표시된 숫자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계단 한칸당 칼로리부터 누적 칼로리 소모까지 표시돼 있다. 또 벽에는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이 익살스럽게 표현돼 있어 운동욕구를 자극한다.
칼로리 표시 외에도 자신이 몇 계단을 올라왔는지, 해발고도 몇 미터인지도 알 수 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계단에 여러 수치를 부여해 단조로움을 해소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조명도 일반건물의 계단과 달랐다. NHN 박치동 선임디자이너(팀장급)는 "어둡고 칙칙한 계단실을 밝게 만들려고 했으나 정해진 전기용량을 지켜야만 했다"며 "전기를 많이 써가며 밝게 만드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에 빛의 확산효과가 큰 조명을 설치해 전체 조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계단실로 들어가는 문 역시 쉽게 볼 수 있는 회색 철문이 아니라 투명한 유리문으로 교체했다.
아프리카 저어새, 공작 물총새, 그랜트얼룩말 등 멸종위기 동물들이 계단 벽면을 채우고 있다. 세랭게티국립공원에 있는 동물들이다. 거대한 나무가 층과 층을 아우르며 그려져 있다. 나무는 건물 꼭대기까지 이어진다.
시멘트 벽면에 흰색으로 그려진 아프리카의 초원은 계단 이용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희귀동물들 옆에는 검색어 순위까지 나와 있어 멸종위기 동물들에게 얼마나 무심한지도 알 수 있게 해놓았다. 회사의 특성을 잘 살린 디자인인 셈이다. 직원들도 "운동삼아, 그리고 산책삼아 걷기 좋다" "계단이 아니라 공원을 걷는 기분"이라며 호응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하루에 계단을 이용하는 직원이 평균 200여명이라고 전했다.
박 선임디자이너는 "최근 만들어지는 고층건물의 비상계단실은 화재시에만 이용 가능한 죽은 공간인데다 층간 보안문제, 어두침침한 조도, 쾌적하지 않은 공기 등으로 평소 이용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그린팩토리의 계단실은 직원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효율성' '친환경' '건강' 3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다"고 계단을 꾸민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