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계가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SBS의 논리와 달리, SBS 단독중계에 대한 시청자들의 원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그리스를 맞아 첫 경기를 펼친 우리 대표팀의 모습을 SBS를 통해서만 지켜봐야 했던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경기화면은 중간중간에 뚝뚝 끊어지기 일쑤였고, 경기후 우리 대표팀의 주장인 박지성 선수의 인터뷰도 보지 못했다. 그림같은 슛으로 온국민을 열광시켰던 박지성 선수의 소감을 한마디도 못들은 시청자들은 뿔이 날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난 시청자들은 SBS 인터넷 게시판을 찾았다. 게시판에서라도 불만을 터뜨려야 속이 시원할 것같으니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 SBS는 월드컵 관련 홈페이지에서 시청자 의견란을 아예 폐쇄시켜 버렸다. '열불'이 난 시청자들은 다른 코너 시청자 게시판에 "SBS의 단독중계로 월드컵 열기가 반감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뿐 아니다. SBS는 타 방송사의 거리응원 취재도 막았고, 타 방송사가 오락 프로그램에서 경기내용을 방영한 것도 "규정위반'이라며 문제삼았다. 경기 중계권자가 아닌 KBS와 MBC는 뉴스용 2분 외에 월드컵 영상을 방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SBS가 월드컵으로 광고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하반기 광고물량은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BS는 기업들에게 단말성이 아닌 패키지 광고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32강 한국전 1경기에 15초분량의 광고비는 9200만원이지만, 패키지 광고비는 3억6000만원이다. 한국전 매 경기에 7번 광고하려면 101억1200만원에 달하는 풀패키지 상품을 구입해야 할 정도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는 월드컵 광고비로 1200억원을 요구하는 SBS에게 1000억원 가량의 광고비를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보다 광고단가는 900% 이상 할증된 규모다.
이처럼 SBS가 광고시장을 휩쓸어가자, 급기야 SBS의 방송 프로그램을 지역으로 재송출하는 지역민영방송사들도 뿔이 났다. 광고비를 900% 할증받았으면, 최소한 300%는 지역으로 배분해달라는 주장이다. 부산·울산 등 일부 지역민방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한국전을 제외한 전 경기는 방영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문제는 언제까지 월드컵·올림픽을 놓고 갈등을 되풀이해야 하는가다. 암담하기 짝이 없다. SBS는 2016년까지 열리는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을 모두 독식했다. 방송3사의 공동중계 협상을 깨면서까지 단독중계권을 거머쥔 SBS에겐 월드컵은 그저 '장사수단'이고, 시청자는 '미끼'일 뿐이다. 국민의 시청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그저 '뒷짐'만 지고 있으니, 이것도 한심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