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건설의 씁쓸한 부도 모면

더벨 김동희 기자 2010.06.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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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6월07일(08:4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성지건설이 지난주 말 최종 부도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지난 3일 만기 돌아온 어음 12억원을 갚지 못해 1차 부도를 냈지만 다음날 채권단인 국민은행과 농협이 자금을 지원키로 합의, 결국 어음을 결제한 것이다.



그러나 뒷맛은 영 개운치가 않다. 성지건설 (671원 ▲116 +20.9%)은 다시 회생할 시간을 벌었지만 건설사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외치던 채권은행의 신뢰엔 금이 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성지건설이 1차 부도를 맞자 먼저 농협의 자금 투입을 요구했다. 만기 돌아온 어음이 농협이 진행한 PF대출과 관련이 있는데다 채권액 비율이 10%에 달해 주채권은행 다음으로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협은 당황했다. 1차 부도가 발생하기 이틀 전까지도 국민은행이 성지건설의 문제를 알려주지 않았던 데다 지원 요청도 없었기 때문이다. 농협은 성지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미 국민은행은 올해 초 성지건설에 140억원을 지원하면서 농협 등 다른 채권은행의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강력한 구조조정도 다짐했었다.

그러나 농협은 결국 자금 지원에 합의했다. 국민은행의 압박 등으로 농협이 지원을 하지 않아 성지건설이 어려움에 처한 것처럼 알려지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은 성지건설의 부실이 심해지자 책임을 농협에 떠넘겼고 농협은 일관된 판단을 유지하기보다 상황에 떠밀리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무리 부실기업이라도 은행이 자금지원을 한 번에 끊기는 힘들 수 있다. 원망과 지탄을 두고두고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감독당국의 눈치도 봐야한다.

그러나 지금은 은행의 안이한 태도를 용납할 시기가 아니다. 건설사의 부실이 언제 또다시 제2, 제3의 금융위기를 몰고 올지 모른다. 더욱이 부실건설사에 대한 우려로 우량 건설사마저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지 않은가.

최근의 은행권은 건설사 정상화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흐지부지 넘어가는 일이 너무 많았다.

작년에도 은행은 건설사 평가에 나섰지만 'B'등급을 받은 건설사 중에서도 구조조정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일이 허다했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4일에는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광주시장 당선자와 만나 부도건설업체에 대한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 건설사 구조조정과 상반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건설사 신용위험평가가 막바지다. 부실기업에까지 금융 재원을 쏟아 부어 부실 구조를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달 말이면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 건설사들에 대한 평가 결과가 통보될 예정이다.

부디 공정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옥석을 가려 은행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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