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기에 웬 아파트 집단대출?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6.0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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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부동산 호황기에 분양된 아파트 입주 앞둬 잔금대출 경쟁

은행들이 부동산 침체기인 요즘에도 아파트 담보대출 영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역이 있어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07∼2008년 부동산 호황기에 분양된 아파트가 밀집한 경기도 파주·용인 등 수도권 일대다. 이들 지역의 수만 가구 신규 아파트는 현재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은행들은 이곳에서 아파트 집단대출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단대출이란 특정 단체 내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개별 심사 없이 일괄적인 승인에 의해 이뤄지는 대출을 의미한다. 신규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과,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잔금대출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영업을 자제한다. 수요도 없는데다가 자칫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은행 부실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분양률이 저조한 탓에 중도금 집단대출 시장은 잠잠하다.

반면 입주시점엔 부동산 경기와 큰 상관없이 목돈이 필요한 이유로 잔금대출 수요는 많다. 통상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분양 시 계약금만 내고, 몇 번에 걸쳐 중도금을 낸다. 이후 입주 시점에 잔금을 처리한다.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입주 물량(미분양 포함)은 총 10만여 가구다. 이 중 파주와 용인에 2만여 가구가 몰려 있다. 파주에서는 6~7월 두 달간 5개 단지 5358가구가 입주한다. 용인에서도 수지신봉 동일하이빌 2블럭이 이달 17일부터 입주가 시작한다. 은행들이 집단대출에 나서는 이유다.

은행들은 주말마다 이들 아파트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집단대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토요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 신봉지구 A아파트 주변에도 시중은행 직원들이 나와 열띤 홍보전을 펼쳤다.

이들은 입주 현장을 둘러보는 입주예정자들에게 "은행권 최저금리로 모십니다."와 같은 홍보 전단지를 배포하며 잔금대출 영업을 하고 있었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대출 금리를 업계 최저수준인 3.86%(코픽스 기준)까지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픽스 기준금리가 2.86%임을 감안하면 가산 금리를 1%만 붙이는 것.


다른 은행들도 대체로 마찬가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3.86%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이유는 뭘까.

한 은행이 지난달 3.7%대까지 금리를 제공했다가 얼마가지 못해 금리를 올렸다. 역마진 때문이다. 은행들이 너도 나도 금리를 깎다 손실을 보는 수준까지 금리를 내린 것이다. 은행들은 결국 최저 금리수준으로 수렴하게 된다.

은행들의 금리 낮추기 과열 경쟁으로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집단대출 금리는 시중 금리보다 최고 1%포인트 낮은 수준이지만 경쟁하는 은행들은 거의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마진을 거의 포기하고 새로운 고객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대출한도를 놓고 경쟁한다. 은행마다 기준이 다르다. 실제 오는 17일 입주를 시작하는 경기 용인시 수지 신봉 동일이빌 2블럭 112㎡(공급면적)를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은 분양가(5억 원)의 60%인 3억 원을 대출을 해주지만 우리은행은 감정가의 60%만 대출해준다. 감정가는 통상 분양가보다 10%이상 가격이 낮다. 이유는 부동산 가격 하락.

B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금리조건은 거의 비슷하지만 대출 한도 기준은 다를 수 있다"며 "아파트 가격이 많이 하락한 곳은 대출한도 기준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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