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깎아주는데 미쳤나" 태영건설의 '굴욕'

머니투데이 마산=원종태 기자 2010.05.1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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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마산 메트로시티… "중개수수료 드는 중개업소 대신 분양사무실로"


SBS대주주 태영 브랜드가치 하락
대규모 대위변제땐 자금부담까지


'175.3㎡ P-4500'(프리미엄없이 분양가보다 4500만원 싸게 팔겠다는 의미)
'163.5㎡B 로열층 계약금 포기'(계약금 2157만원을 얹어주고 팔겠다는 의미)
'135.1㎡ 분양가대로'(분양가로 팔겠다는 의미)

지난 12일 오후 경남 마산 최대 아파트단지(2127가구)인 메트로시티 주출입구. 단지내상가 중개업소마다 메트로시티 급매물을 소개하는 A4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태영건설이 야심차게 지은 아파트지만 웃돈은커녕 분양가 아래로 내놓은 매물이 넘쳐난다.



인근 한일1교와 율림교 일대 중개업소들도 분양가보다 낮게 팔겠다는 매물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파격적인 할인가에도 불구하고 이 아파트는 거래가 정지되다시피했다.

"거래예? 미쳤다고 중개업소에서 수수료 내고 삽니꺼. 미분양이 넘쳐나는데. 분양사무실에 가면 원하는 동·홋수 찍어서 5000만원 싸게 살 수 있습니더."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메트로시티 거래상황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 분양한 지 3년6개월, 입주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전체 단지의 56%(1195가구)에 달하는 161㎡ 이상 대형 주택형은 미분양이 심각하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BS홀딩스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마산에서 처음으로 3.3㎡당 900만원 넘는 가격에 분양한 양덕동 메트로시티가 심각한 고분양가 후유증을 앓고 있다.

1채에 4억원 넘는 대형 주택형 미분양 물량이 수백가구에 달해 태영건설을 압박하고 있다. 메트로시티는 총분양가 8917억원으로 공동 시공사인 한림건설 지분을 뺀 태영건설의 분양가 총액은 5014억원에 달한다. 2009년 매출(1조3419억원)의 3분의1을 넘는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아파트를 사면 큰 특혜를 주지만 미분양이 제로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태영건설은 미분양 아파트 계약자에게 거실확장비(163.5㎡ 기준 1500만원) 무료혜택과 교육지원비(500만원) 계약알선료(300만원) 등을 준다. 여기에 취득·등록세 감면(163.5㎡ 기준 600만원)과 중도금 무이자(2200만원) 혜택을 더하면 실제 절감비용은 50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미분양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5000만원 깎아주는데 미쳤나" 태영건설의 '굴욕'


◇대형 프로젝트 발목…태영건설 경영진 패착
전문가들은 미분양이 장기화된 배경으로 태영건설 경영진의 과욕을 꼽는다. 마산지역의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수요층이 얇은 대형 주택형 위주로 사업을 밀어붙인데다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태영건설이 한림건설과 함께 자체 부지를 확보해 개발하는 사업이어서 단순도급 공사와 달리 분양이익은 고스란히 양사 몫"이라며 "당시 시장 상황도 좋아 태영건설이 고분양가 대형 위주로 승부수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4년도 안돼 이 사업은 뼈아픈 자충수가 됐다.

취임 2년이 넘은 오너 2세 태영건설 윤석민 부회장도 이 문제만큼은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되레 김외곤 사장은 메트로시티 2차 분양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마산 메트로시티 2차 분양계획을 올해 안에 확정짓고 내년에 분양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사장은 마산이 고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1차 미분양 물량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2차 분양을 거론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규모 대위변제시 자금부담 커질 수도
메트로시티 미분양이 태영건설의 자금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투기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뜨거운 불씨다. 이들은 당초 계약금만 치른 뒤 웃돈을 받고 아파트 분양권을 되팔 생각이었지만 웃돈이 붙지 않고 거래마저 이뤄지지 않아 낭패를 보고 있다.

이들이 대출받은 중도금을 끝내 갚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이를 대신 갚아야 하는 '대위변제' 가능성에 놓인다. 오는 7월20일이 입주 완료일이어서 계약자들은 이날 이후 대출받은 중도금을 모두 갚거나 아파트 담보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7월20일 이후부터는 계약자가 중도금을 갚아야 하고 9월20일까지 중도금을 갚거나 담보대출로 전환하지 못하면 건설사가 계약자 대신 대출금을 변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도금을 갚지 못하는 계약자가 많을수록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막대한 대위변제 금액으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중도금 대출기한을 연장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고 있는 계약자들이 특정 주택형의 경우 수십명에 달하는 등 전 주택형에 있다"며 "이중 몇 명이나 건설사 대위변제를 부를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악순환 연속
메트로시티 2차 부지를 무작정 놀리는 것도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그렇다고 1차 미분양이 많은 상태에서 2차 분양을 강행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태영건설은 당초 2차 분양분으로 주상복합아파트를 계획하고 관련 인허가도 받아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당분간 현실화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2차 분양을 대형 주상복합아파트로 할 경우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을 넘을 수 있다"며 "가뜩이나 대형 수요가 없어 미분양이 많은 마산에서 고급 주상복합 분양이 먹힐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2차 부지를 실수요층이 두꺼운 소형 주택형으로 짓는 것도 쉽지 않다. 마산의 대표 고급단지로 꾸미겠다는 태영건설의 제안을 믿은 1차 분양 입주자들이 반발할 수 있어서다. 메트로시티 입주자들은 이미 2008년 태영건설을 상대로 허위사실로 분양했다며 계약취소소송도 불사한 바 있다.

입주자들은 당시 "태영건설이 최초 분양 때 2차 분양을 포함해 3800가구 넘는 대단지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지만 2차 분양을 계속 미루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려 했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1차 단지를 더 특화하겠다고 입주자들을 설득해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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