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국민재산으로 '돈벌이'하는 SBS

머니투데이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겸 문화과학부장 2010.05.1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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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주파수' 무상으로 이용...전국민의 관심 '월드컵' 공동중계는 외면

[광화문]국민재산으로 '돈벌이'하는 SBS


끝내 오는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SBS (22,400원 ▲100 +0.45%)를 통해서만 시청하게 생겼다.
 
지난 4월2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3사에 "4월 말까지 공동중계 협상을 마무리하라"는 시정명령까지 내렸지만 협상은 전혀 진전없이 끝나버렸다. 중계권료에 대한 입장차도 컸지만 무엇보다 SBS가 개막전·폐막전 같은 주요 행사는 물론 한국경기를 비롯한 북한 일본 호주 등 아시아경기를 단독중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탓이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촉박한 일정을 남겨놓고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거니와 협상과정을 들여다보면 SBS는 애시당초 KBS나 MBC와 공동중계할 의사가 눈곱만치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SBS 입장에서는 시정명령을 위반한다고 '단독중계'가 무산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중계권료의 5%인 35억원 정도의 과징금만 부담하면 되는데 굳이 '단독중계'를 포기할 이유가 없을 터다.
 
어쨌거나 방송3사의 공동중계 협상이 결렬되면서 방통위의 체면도 왕창 구겨졌다. 규제기관으로서 '영'이 전혀 서지 않게 된 셈이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계권을 놓고 IB스포츠와 KBS가 협상에 난항을 겪었을 때도 방통위가 나서서 이를 해결했다.

당시 방통위는 여론에 등떠밀려 뒤늦게 협상중재에 나서긴 했지만 그 덕분에 WBC에서 우리 대표팀이 준우승컵을 거머쥐는 가슴벅찬 감동의 순간을 전국민이 함께 나눌 수 있었다. 하물며 '보편적 시청권'에 속하지도 않는 WBC 중계협상도 해결한 방통위인데, WBC보다 국민의 관심이 훨씬 더 높은 '월드컵'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SBS에 끌려다니고 있으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SBS의 '독점중계'에 따른 폐해다. 그 증상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월드컵 인터넷중계를 추진하던 포털업체들은 동계올림픽의 4배에 달하는 중계료를 요구하는 SBS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포털업계 관계자들은 "SBS가 중계권을 독점하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할 정도다.
 
시청자들도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인터넷게시판에서 한 시청자는 "SBS가 안나오는 우리집은 동계올림픽도 못봤는데 월드컵도 보지 말라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또다른 시청자는 "경기에서 얻는 막대한 광고수익을 그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SBS는 전경기를 집집마다 볼 수 있도록 시청안테나를 세워라"고 요구했다. 울릉도 등 도서·산간지역에 사는 국민들도 월드컵 시청을 아예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SBS가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비롯해서 2016년까지 열리는 월드컵과 올림픽 경기를 '싹쓸이' 중계한다면 이런 아우성은 원성으로 번질 것이다. 방통위도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지난 동계올림픽에서도 어처구니없는 경기중계와 해설, 광고수익만 보장되는 경기만 중계하는 바람에 질타를 받은 SBS였다. 이번 월드컵 중계에서도 이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SBS 단독중계'에 더 분개하는지 모른다.
 
SBS는 민영방송이지만 공영방송인 KBS나 MBC처럼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공짜로 쓰고 있다. '공중파'라는 이유로 전파사용료와 주파수할당대가를 면제받기 때문이다. 국민의 재산을 빌려쓰면서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스포츠경기를 자사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SBS. 방통위 심판에 앞서 시청자들은 시청률로 SBS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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