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반기만 넘기면, 올해만 버티면' 하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시장이 풀릴 것이라는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당분간 '살아 남기'라는 화두를 끌어안은 채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출도 계약인데, 계약을 무시한 채 상환을 종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으면 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이다. 칼자루를 쥔 은행을 거역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을 겨냥한 당국의 뒤늦은 PF 규제도 건설사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PF만 막힌 게 아니라 분양이 비교적 잘 돼 준공이 임박한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외상매출채권 유동화도 '광의의 PF'로 간주돼 창구 지도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중도금(6차)을 남겨둔 정도의 아파트라면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도 고위험군으로 볼 이유가 없다. 그동안 PF 부실에 시달려온 저축은행들도 이제는 유동화 대상 물량에 대해 아예 전수 조사를 할 정도로 철저하게 심사한다. 부실이 심각해지고 뒤늦게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자금 조달을 봉쇄당하고, 저축은행은 저축은행대로 양질의 운용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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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위기의 근본적인 책임은 물론 건설회사 자신들의 몫이다. 경기 예측을 잘못했고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다. 병에 비유하자면, 섭생을 엉망으로 하고 무리하게 몸을 만들다 중환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병을 키우기까지는 오진(誤診)을 하고 상황을 방조한 병원과 의사의 책임도 있다. 그들은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자 병원비 떼일 걱정만 하고 있다. 수액으로 공급하던 PF를 끊고 세간을 팔아 병원비를 갚으라고 독촉한다. 이게 병원의, 금융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정부 잘못도 크다. 첫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정리했어야 했다. 그 때 덮어둔 상처가 지금 곪아 손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지금은 처방전을 바꿔야 할 때다.
치료해 살릴 수 있는 환자와 사망 선고를 내려 정리해야 할 환자를 냉정히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재작년에 했어야 할 수술을, 그 때 필요했던 방식 그대로, 지금 하겠다고 나서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