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에 당혹한 정부…대북제재 차질 우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0.05.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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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부임 인사를 온 장신썬 신임 주한 중국 대사에게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의식한 듯 유감을 표시했다.



현 장관은 "한반도나 동북아 정세가 매우 다이나믹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요구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천안함 사태에 직면해 있고 금강산 관광도 북한이 매우 비합리적인 행태를 보여 한반도 정세가 매우 어렵고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때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이 요구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날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도 장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측은 "중국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중국이 책임있는 행동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사태 와중에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와 여당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는 중국의 김정일 위원장 초청에 대한 정부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문을 불과 3일 앞두고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언질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천안함 사고의 원인이 밝혀질 경우 책임자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해 왔다. 또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대북 제재를 결의하게 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직접 관람하고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천안함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중국 측에 사전에 알리겠다"고 제안하는 등 각별히 공을 들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 방중 기간 동안 후 주석이 전통적인 북·중 우의관계를 확인해 주고 천안함 사건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북한을 지지할 것임을 약속한다면 정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우리 정부는 외교적인 방법 외에는 취할 조치가 별로 없다"며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가 어려워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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