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분기 실질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속보치 7.8%(전년 동기 대비)는 당초 예상치인 7.5%에 비해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경제가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된 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고 경제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우리경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국장은 "정부 부문과 수출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웃돌았으며, 수출을 제외한 민간 내수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97%까지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간 내수가 거의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점은 출구전략 시기 논쟁에 있어 결정적인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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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전망치가 당초 전망치에 비해 높게 나오자 "정부지출과 수출 영향이 컸다. 출구전략 시기를 논하려면 건설에 대한 민간투자 등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부문의 경제회복세를 판단하는 기준인 민간소비와 재고, 민간투자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고루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민간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다. 민간소비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4.5%를 기록한 뒤 매 분기 0.3~1.7% 사이의 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로 성장기여도는 0.3% 포인트다.
설비투자 증가세는 확연히 눈에 띈다.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1.5%로, 한은의 당초 예상치(0.6%)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28.8%가 성장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따른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건설기계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건설투자의 경우 전분기 대비 0.9%가 늘었다. 아파트 등 건물건설은 줄었지만 대규모 토목공사가 늘어난 탓이다. 분기대비 성장기여도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0.2%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수는 지난해 4분기 0.7%에서 올해 1분기 2.7%로 증가폭이 더욱 확대됐다. 금융위기 이후 진행되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면 향후 내수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국장은 "올해 1분기 중 재고 감소가 1조6000억원에 그쳐 재고조정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재고가 경제성장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민간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용하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경제조사팀장은 "경제 회복 기조가 표면화 되고 있다"며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출구전략에 대해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소 자체조사결과 철광석 가격이 작년 말에 비해 두 배로 올랐다"며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1.24% 포인트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덧붙였다.
김영삼 하나금융연구소 수석 연구원도 "수출과 정부지출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민간부문이 보통 2분기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2분기 이후엔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재정지출 확대와 저금리 기조를 동시에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민간의 건설부문에 대한 투자가 아직 회복세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또 정부지출과 수출 등 민간 외적인 요인이 여전히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소비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로 전기대비 성장률의 절반을 정부가 담당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 등 사회보장지출 확대로 전분기 대비 5.7% 증가했다.
수출 또한 호조를 보이며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1분기 재화수출은 전분기 대비 3.4% 성장했고, 특히 지난해 동기에 비해서는 21.3%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정부와 민간 부문을 구분하지 않을 것으로 건설 부문에서의 민간 투자는 아직 미약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부지출과 수출이 여전히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주시해야할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