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대책, 금융당국이 지켜낸 DTI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0.04.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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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내놓은 '미분양 대책' 이면엔 금융당국과 부동산 주무 부처간 힘겨루기가 깔려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미분양 해소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금융 규제의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몰아쳤다.

지난해 하반기 강화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풀어달라는 얘기였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미분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긴 어렵다고 하더라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히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질 정도로 국토부는 절실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강경했다. 손도 못 댄다고 버텼다. DTI 등 규제 담당자는 논의 테이블에서 아예 나와 버렸다. DTI 등 금융 규제는 논의거리조차 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결국 DTI 등 금융 규제는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다만 극히 제한적 예외는 뒀다.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새로 분양받은 집의 잔금을 내지 못해 이사를 못가는 사람의 기존 주택에 한해 DTI를 완화한다는 게 골자다. 대상이 약 3만5000호 가량될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다. 구입자는 무주택자이거나 1주택자이어야 하고 LTV는 적용된다.



예컨대 연소득 7000만원인 사람이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금리를 6% 정도로 하면 현 규제에선 2억18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예외가 인정되면 3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막힌 자금줄을 뚫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론도 있다. 현재 부동산 거래 침체가 유동성 문제가 아닌 부동산 시장 전망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

일부에선 예외에 이어 시장 추이를 봐가며 규제 강도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를 내놓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DTI, LTV 관련 당국의 입장은 결코 변함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금융당국은 대신 구조조정기금 카드를 내놨다. 조선사 구조조정 때 구조조정기금으로 선박을 사주듯 미분양 리츠 펀드 등에 구조조정기금이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것.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만들어진 구조조정기금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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