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마른' 투신권 "삼성생명 때문에 주식판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0.04.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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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자금 1조 마련해야

펀드 대량환매로 '돈 마른' 기관투자가들이 1조원에 가까운 삼성생명 공모자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금융주 가운데 은행주나 삼성화재 (371,000원 ▲1,000 +0.27%) 주식을 내다 팔거나 화학, 제조업 위주 매도 전략으로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3일까지 기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해외 투자자에 대한 수요 예측은 12일부터 23일까지다. 이어 다음달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청약이 진행되고, 12일 상장된다.



삼성생명 공모 희망가격이 9만원~11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공모 예상금액은 4조원에서 5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기관 투자가 몫은 8000원~1조원이다.

문제는 기관 투자가들이 당장 손에 쥔 현금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주식형펀드에서 기록적인 환매세가 이어지고 있는 탓에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현금도 빠듯하다는 얘기다.



실제 주식형 펀드에서 현금성자산 편입비중은 지난 20일 현재 3.56%에 불과하다. 지난해 초 7%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절반가량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주식편입 비중은 93.25%로 지난해 9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관투자자는 주식형 수익증권 환매, 높아진 주식편입비율 등을 감안하면 삼성생명 수요예측에 참여하기 위해 다른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삼성생명 공모가 수준을 봐 가면서 다른 종목 비중을 축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매도 1순위로는 같은 금융주인 은행주가 꼽히고 있다.


A자산운용 관계자는 "삼성생명 시가총액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무거운' 금융주 내에서 비중 조정을 할 것"이라면서 "특히 은행주가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성이 없고 2분기 이후 이익이 둔화될 거란 전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B자산운용 관계자도 "연초부터 금융업종의 비중 조정을 해 놓긴 했다"면서도 "공모가가 예상 밖으로 낮아지면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화재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제조업종, 화학업종 중심으로 비중 축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이 24조원~25조원에 이를 경우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조원대의 유동성이 흡수되면 국내 수급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 유동성 의존도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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