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몰락]대출규제·핵가족화 '다운사이징'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0.04.2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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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하락 투자목적 가수요 급격히 줄어
- 전국 11만6438가구 미분양 대부분 차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인기를 끈 중대형아파트가 몰락한 것은 무엇보다 수요감소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실수요층이 두꺼운 중소형아파트에 비해 갈아타기나 투자목적으로 중대형아파트를 구입하던 가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대출규제 등 시세차익을 노리기 어려운 부동산시장 환경, 1∼2인가구 증가, 발코니 확장 등 설계변화도 중대형아파트 투자시대의 종말을 불러온 요인으로 꼽힌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수석부사장은 "노령화, 핵가족화 등으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주택시장에서도 다운사이징(down-sizing)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큰집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보다 자녀의 독립 등으로 집을 줄여가려는 수요가 더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부동산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중대형아파트 입주가 많은 일부 지역에선 집주인들이 매물을 처분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아파트의 최대 장점은 환금성인데 중대형의 경우 투자상품으로서 매력을 잃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집값 하락도 중대형이 주도=중대형은 아파트시장에서도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60㎡ 이하 소형 일반아파트의 경우 올 들어 1월 0.26%, 2월 0.17%, 3월 0.06%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85㎡ 초과는 지난 1월 0.02% 오른 후 2월 0.02% 하락한 데 이어 3월엔 0.05% 내렸다. 특히 수도권 85㎡ 초과의 경우 1월 0.02% 하락한 후 2월과 3월에 0.05%, 0.08% 떨어지며 내림세를 이어갔다.

중대형 전셋값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강남·서초구를 제외한 서울에선 소형(60㎡ 이하) 가격이 중형을 넘어 대형까지 추월했다. 지난달 말 동작구의 경우 3.3㎡당 소형 평균 전세가격은 713만원으로 60~85㎡ 중형(696만원)과 85㎡ 초과 대형(614만원)을 모두 뛰어넘었다.


이런 흐름은 강북·성북·구로·서대문·중랑·관악·금천구 등도 마찬가지다. 강남권인 송파구는 지난달 말 3.3㎡당 중형의 평균 전셋값이 903만원으로 대형 평균인 841만원을 앞질렀다.

◇미분양도 중대형에 집중=전국 11만6438가구에 달하는 미분양도 중대형에 집중돼 있어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 중 60~85㎡(4만2927가구)와 60㎡ 이하(5851가구)는 전월 대비 각각 14.6%, 3.0% 줄었지만 85㎡ 초과의 경우 6만8061가구로 같은 기간에 불과 0.5% 감소해 미분양 적체가 심각했다.

특히 중대형 비중이 높은 경기 용인과 대구의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2월말 현재 1만6053가구의 미분양아파트가 있는 것으로 집계된 대구는 이중 85㎡ 초과가 1만735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때 '버블세븐'으로 이름을 날린 용인도 중대형 중심의 성복·신봉·상현동 일대를 중심으로 미분양아파트가 넘쳐난다. 지난 2008년 6월 시행사인 일레븐건설이 성복동에서 대형건설사 브랜드를 이용, 3700여가구를 공급했지만 분양률은 현재 절반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창업부동산 장경철 이사는 "용인의 경우 각종 규제로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계약자들이 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으며 입주를 못하고 있어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며 "중대형 면적 위주로 잔여가구가 남아 있어 이를 털어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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