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하는 韓정부? "中 FTA 추진" 발언 배경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0.04.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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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中 FTA 추진발언… "조속한 비준위한 美 압박용" 의견 적잖아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관련 발언을 쏟아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진심을 담은 '히든카드'로 받아들이는 반면 미국의 조속한 한미 FTA 비준을 촉구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中 FTA, '히든카드' 혹은 '압박용'?=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15일 오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한·중 FTA추진을 위한 여건검토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중 무역은 1992년 수교로 본격화돼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제1위의 무역상대국으로,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8%에 달한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FTA 체결을 위해 산관학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이 경제협력협정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우리도 공동연구를 통해 한·중 FTA 추진 여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1일 미국을 방문해 중국과의 FTA를 지렛대로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강한 톤으로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와 회견에서 "한·미 FTA 비준은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의 중국과의 통상규모는 미국에 비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FTA 비준 문제를 동아시아의 역학관계 차원에서 해석한 것으로,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를 실기할 경우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압박효과' 있나, 없나=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외교 전략에 대해 미국에 대한 '압박'성격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을 겨냥한 것인지, 미국을 겨냥한 것인지는 애매하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면 한·중 정상회의에 하는 것이 더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한·중 관계에 경도돼 한말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미 FTA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이 중국과 FTA를 먼저 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단순한 수출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질서상의 문제"라며 "미국도 이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FTA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통상교섭본부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통상교섭본부 고위관계자는 "중국과의 FTA는 주요 외교정책 중 하나"라며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외교부도 정부의 입장과 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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