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합참의장이 14일 밤 국방부 기자실에 들렀을 때 한 말이다. 물론 이는 수면 위로 드러난 천안함을 보며 이 의장이 느낀 개인적 소회다. 군 책임자로서 비통함을 느꼈을 것이다. 당연함 말이고 마땅한 감정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싶었다"는 부분은 군 당국의 현실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해서 씁쓸하다.
군은 침몰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눈만 감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3주가 지났지만 군은 아직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생존자 입단속' 논란도 마찬가지다. 군은 생존자들을 격리하고 언론 접촉을 통제했다. 때문에 군이 뭔가 숨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군은 지난 7일에서야 생존자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사고 원인을 놓고도 군의 행보는 석연찮다. 이 의장은 "추측만 하면 군과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의혹과 불신을 키운 것은 군이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 "북한군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2일에 와서는 "어뢰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다 청와대에서 보낸 쪽지를 받고 "'저것은 어뢰, 이것은 기뢰'라는 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식언(食言)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군의 행보는 이처럼 마뜩찮기만 하다. 군이 눈을 감고 있으니 '의심많은 기자들'은 의심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군이여 제발 눈을 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