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린 공인인증서, 향방은?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10.03.3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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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계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추이는 지켜봐야 할 듯"

스마트폰 도입으로 논란이 됐던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이 결국 폐지됐다. 당초 스마트폰에도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고자했던 정부가 여론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선 결과다. 이에 따라 공인인증서는 도입 10년만에 의무사용 굴레에서 벗어났다. 관련 산업도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국무총리실 등은 한나라당과 31일 오후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자금융 거래시 공인인증서 이외의 인증방법 사용을 금지한 현행규제를 풀기로 했다. 당정협의회에는 국무총리실,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중소기업청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당정은 공인인증서 이외의 전자금융 보안방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왜?

지난 2001년 의무도입으로 논란을 빚었던 공인인증서는 지난해말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또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논란의 골자는 "스마트폰에서 굳이 공인인증서를 강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다른 기술도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관련부처는 공인인증서의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이유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주장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스마트폰 보안대책을 공개했고, 공인인증서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최근 공인인증서 이용표준을 발표했다. 스마트폰에서도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공인인증서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관련업계도 공인인증서의 '안전성'을 주장하며 현행 규정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곧바로 반발에 부딪혔다. 해외에서 통용되는 시큐어소켓레이어(SSL)와 1회용 비밀번호(OTP)같은 대체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인인증서만 강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이처럼 여론은 악화되고 관련부처간의 입장차도 드러나자 국무총리실이 결국 중재에 나섰고, 당정협의회 논의끝에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 전자결제 시장 활짝 필까?


논란끝에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은 폐지됐지만, 전자결제 시장의 추이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SSL이나 OTP 방식 외에도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겠지만 무엇보다 관련업계가 '눈치보기'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는 예전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단순히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돌고 있다. 특히 당정협의 과정에서 '공인인증서와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이 인정되는 보안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준이 모호하고 실제 적용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했던 것은 부인방지(거래서명) 기능 때문이었는데 SSL이나 OTP에는 부인방지 기능이 없어 정부가 '안전성'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 알기 힘들다"며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이 나와 봐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전자결제 시장의 활기는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다양한 보안 기술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액결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소 홈쇼핑몰 등 관련업체는 다양한 전자금융거래 보안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돼 공인인증서용 애플리케이션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부담도 덜었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기업 등이 각자의 거래환경이 맞는 인증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5월말까지 보안방법의 안전성 수준에 관한 법적 기술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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