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지방 중견건설사 고의 부도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3.2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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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IFRS 도입, 부실 드러나…두려움 빠진 사채업자

사채업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난주에도 명동 사채시장에서 중견 건설사들의 추가 부도설이 계속됐기 때문. 사채업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 같은 부도설은 근거 없는 소문으로 넘기기엔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을 담고 있다.

◇고의부도설 마저=지난주 명동 사채시장에선 지방 중견건설사인 A사의 '고의부도' 소문이 돌았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A사 회장이 최근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A사의 이번 위기는 자회사인 조선업체 B사의 경영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B사는 지난해 초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대주주 사재출연 등의 자구책을 제시했다. A사는 이후 B사를 매각해 투자원금 일부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었으나, 조선경기 악화로 매각이 순조롭지 않아 결국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 관계자는 "A사에선 조선소를 설립하면서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지만, B사와 같은 중소형 조선소에는 일감이 거의 없어 투자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당 자금을 투자한 제주도 간척사업이 실패하고, 인천 지역에 신축한 아파트마저 분양이 수월치 않은 점도 A사가 고의 부도를 고민하고 있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채업자들은 A사가 부도를 낼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A사 부도가 관련 하청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또 다른 중견건설사인 C사도 최근 인력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성원건설에 이어 건설사들의 추가 부도가 계속될 경우 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자어음 할인 본격화=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상장업체들의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사채업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채업자들은 그간 주저하던 전자어음 할인을 본격화 하는 등, 수익성보단 안정성에 무게를 둔 자금운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시행된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자산 100억원 이상 기업이나 상장사 등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약속어음을 반드시 전자어음 형태로 발행해야 한다. 그러나 전자어음의 경우 거래내역이 전산에 남는다는 점 때문에 사채업자들은 전자어음 할인을 꺼려왔다.

명동 관계자는 "주 고객인 건설사와 코스닥 상장사의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자금 운용이 쉽지 않다"면서 "사채업자들은 당분간 시장 추이를 관망하면서 향후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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