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M&A일정 단축, 부동산 매각 박차"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0.03.1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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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터뷰]박영태 공동관리인 "자금지원 절실… 협력업체·직원 고통분담 상상이상"

쌍용차 "M&A일정 단축, 부동산 매각 박차"


 높은 산에 올라본 사람들은 안다. 마지막 고개를 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 고개만 넘으면 바로 정상이라는 걸 알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남아있지 않다. 자신과의 싸움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다.

 지금의 쌍용차가 그렇다. 지난해부터 회생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쌍용차가 마지막 고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1000억원 정도의 자금만 수혈 받는다면 고비를 쉽게 넘을 수 있겠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다.



 지난 9일 만난 박영태 쌍용차 공동관리인 얼굴엔 다소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다. 1년 넘게 가까이 회생작업에 몰두한 터라 몸은 피곤하지만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박영태 관리인은 "인수합병(M&A) 과정을 최대한 단축시켜 산업은행에서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채권단의 자금지원만 기다리지 않고 부동산 추가 매각을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쌍용차는 C200 등 신차 개발에 필요한 1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산은에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산은은 "인수기업이 나타나야 하고 이들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한 푼도 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관리인이 M&A 일정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신속하게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협력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최대한 빨리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자금사정은 절박한데 M&A라는 것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낼 수 없는데서 오는 답답함 때문이다. 자칫 M&A를 서두르다보면 제 값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깔려 있다. 그는 "매각 주간사와 일정을 당기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제 값을 받아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관리인은 시기의 문제일 뿐 M&A 성사 자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업체들과도 이미 접촉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인력은 물론 재무 구조조정을 끝낸 상황이기 때문에 쌍용차는 충분히 매력적인 물건"이라고 자신했다. 자동차산업에 진입하는데 쌍용차만큼 기회비용이 적게 드는 회사가 없다는 설명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부동산 매각을 통해 475억원의 자금을 마련한데 이어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올 들어 일부 지방 애프터 서비스센터 부지를 매각해 200억원을 마련한데 이어 645억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약 1000억원 규모의 안성물류센터 매각이 성사되면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안성물류센터를 매입 후 이를 다시 쌍용차에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관리인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바로 협력업체다. 특히 C200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가슴 속 돌덩이가 된 지 오래다. 그는 "협력업체들이 자기 돈으로 C200 생산에 필요한 금형이나 부품 개발을 끝낸 상태"라며 "산은에서 지원을 받으면 수많은 협력업체들을 살릴 수 있고 곧바로 C200 출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직원들의 고통 분담도 상상 이상이다. 정규직의 연봉이 채 20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그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자고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걸 잘 안다"며 "하지만 더 설득해서 끌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 회복과 달라진 노사관계는 지금 쌍용차를 지켜주는 두 버팀목이다. 박 관리인은 "3월에 660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수출 물량은 이미 생산능력 이상으로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쌍용차는 지난 2월 내수 2023대, 수출 2667대(CKD 포함) 등 모두 4690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98% 증가한 것이며 전월에 비해서도 1.9% 늘어난 것이다.

 노사관계는 박 관리인이 가장 자신있게 자랑하는 분야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해 8월 77일간의 파업을 끝낸 지 불과 약 5개월 만에 180도 달라졌다. 그는 "오전에 1번 라인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2번 라인에서 일하는 자동차 회사는 우리 외에는 없다"며 "회사의 이런 제안을 노동조합 간부들이 현장에 돌며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사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투명성'을 꼽는다. 박 관리인은 "노사가 대립하면 결국 회사가 이길 수밖에 없다"며 "단 투명하고 원칙을 지킬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소통을 하더라도 투명성이 전제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지금 쌍용차 노사는 서로가 투명하게 얘기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관리인 역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예정돼 있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면 변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임단협을)마무리하고 가장 선진화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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