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지진, 국내 제지업계 초비상(상보)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0.03.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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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펄프 수요 29% 공급중단… 장기화 가능성 높아 제지가격 인상 불가피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진도 8.8 규모 강진이 칠레를 강타하면서 국내 수요의 29%를 차지하는 칠레산 펄프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제지 원료인 펄프 가격이 재차 급등할 전망이어서 제지 제품 가격 오름세도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2일 국내 제지업계에 따르면 칠레 대지진으로 인해 현지 최대 펄프 생산기업 CMPC와 아라코(Arauco) 등의 생산 및 물류설비가 지진으로 유실됐다. 펄프 제품 수출도 전면 중단됐다. 아라코는 5개 공장 중 2개가 파괴됐으며 CMPC 역시 3개 공장 중 한 개를 잃었다.

칠레 정부 차원에서 재건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수출 재개 시점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연간 펄프 소비량 250만 톤 중 59만 톤을 책임지고 있는 칠레의 펄프 수출이 중단되면서 국내 제지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칠레는 지난달 27일 진도 8.8 규모 강진이 일어나면서 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 행위가 벌어질 정도로 치안이 악화된 상황이다. 수도 산티아고는 물론 제2 도시 콘셉시온도 파괴되는 등 피해범위도 상당하다.

산업시설에 대한 피해도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생존자 구출, 기본적인 생활 여건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어 산업 시설물에 대한 복구 움직임은 당분간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칠레는 연간 전 세계 펄프 수요의 약 9%인 520만 톤(아라코 300만 톤, CMPC 220만 톤) 가량의 펄프를 공급하는 주요 원자재 공급원이다. 특히 아시아권과 유럽 일부지역이 칠레산 펄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종이류 제품 가격 오름세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국내 제지업체 관계자는 "현지 통신망을 통해 알아본 결과 공장은 물론 교통 인프라가 마비돼 제품을 생산해도 실어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진데다 수입 재개 시점을 점치기도 어려워 안 그래도 올라가고 있는 제지 가격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제지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는 길게 잡아 2개월 분. 2개월 내에 원자재 수급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는 일단 남미와 함께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쪽에서 자재 수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톤당 400달러 수준이던 펄프 가격이 최근 700달러대까지 올라 가뜩이나 재고를 적게 유지하던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천재지변이 터졌다"며 "펄프 가격이 계속 오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가격보다 재고 확보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산능력(CAPA)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당장 국제 펄프 생산량 증대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펄프 부족현상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기업들이 펄프 원자재를 선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제지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지는 B2B(기업간 거래) 성격의 제품 인만큼 원료 가격이 곧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칠레 쪽의 수출 중단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다른 제지업체 관계자는 "펄프 가격 인상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안에 자재 공급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자재 공급이 계속 중단될 경우 현재 재고가 소진되는 2~3개월 후에는 제지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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