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정몽구회장의 美시장 공략비법

조지아(미국)=서명훈 기자 2010.0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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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기아자동차 (103,900원 ▲3,400 +3.38%) 조지아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모습이었다.

정 회장의 이번 출장길은 강행군의 연속이다. 지난 22일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로스엔젤레스에 도착, 곧바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기아차 미국판매법인(KMA)으로 향했다. 미국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4일에는 다시 애틀란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둘러보며 준공식 준비 상황을 직접 챙겼다. 이튿날에는 다시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으로 향했다. 신형(YF) 쏘나타 리콜에 대한 보고를 받고 다시 애틀란타로 돌아왔다.

정 회장은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경사스러운 날이니 피곤해도 웃어야지”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조지아 공장은 기아차에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기아차도 유럽과 중국에 이어 미국에까지 생산 거점을 확보, 세계 주요 3대 시장의 교두보를 완성하게 됐다. 큰 아들(현대차)에 가려져 있던 동생(기아차)도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셈이다. 정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유다.

정 회장의 미소에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정 회장은 준공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쏘렌토R’의 품질이 경쟁차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고 보증기간(10년 16만㎞) 또한 충분하다”며 “‘쏘렌토R’에 대한 반응도 좋고 생산도 원활히 돼 첫 출발이 나쁘지 않다”고 자평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이 26일 기아차 조지아공장 준공식에서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br>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이 26일 기아차 조지아공장 준공식에서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실제 조지아공장에서 생산된 ‘쏘렌토R’은 지난 1월 한달간 미국 시장에 모두 7398대가 판매돼 중형 SUV 부문 3위를 차지했다. 2월에는 일본 도요타 라브4를 제치고 2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큰 상황.

정 회장의 영어 인사말도 화제가 됐다. 정 회장이 대외행사에서 영어로 연설한 건 지난 2005년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준공이후 두 번째다. 정 회장은 애초에 우리말로 인사말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5일 저녁 모든 연사들이 영어를 사용한다는 얘기를 듣고 변경했다는 후문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했던가. 현지 전략형 모델개발과 현지 밀착형 마케팅을 주문하는 정 회장의 면모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또 인사말에서 “공장 건설과 시험생산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준공식을 갖게 된 것은 기아차만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여기 함께 자리해주신 여러분의 성원과 지원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특히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 등 공장 건립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패도 전달했다.



현장에 있던 한 미국인 참석자는 “힘들지만 영어로 열심히 연설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진다”며 “미국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의 미소와 배려가 앞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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