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콩나물 시루 환승역 개선해야죠"

대담=최남수 MTN보도본부장, 정리=심재현 기자 2010.02.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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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감성인터뷰 '더리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만나자마자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지난 연초 대설에 차를 버리고 지하철로 몰려든 사람들이 꽉 들어찬 한 환승역 사진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까만 뒤통수가 시루 속 콩나물 같았다.

당시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엔 "잔혹한 출근 일주일째" "비싼 교통비 내고 짐짝 취급" 등 출퇴근 지하철족의 원성이 자자했다. 언론에서도 비슷한 제목의 기사로 머리기사를 채웠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MTN 감성인터뷰 '더리더'에 출연, 최남수 보도본부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이명근 기자↑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MTN 감성인터뷰 '더리더'에 출연, 최남수 보도본부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이명근 기자


"상황이 이런데 서울시가 '겉모습'을 가꾸는데 치중할 게 아닙니다. 서울시민의 일상에 우선순위를 둬야죠."

원 의원은 오는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콩나물시루' 환승역을 대하곤 서울시장은 번지르르한 겉모습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원 의원은 이날 시장에 당선되면 환승역 공간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도 지적했다. "혼잡통행료 취지대로라면 시내로 들어오는 차량에만 부과하고 나가는 차량에는 면제해야지 않냐"는 얘기다. 원 의원은 "눈에 띄는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시민의 삶에 밀착한 정책이 주가 돼야 한다"며 "이런 방향으로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야 어쨌든 서울시장 출마로 같은 당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겐 도전장을 낸 셈이 됐다. 오 시장과는 전부터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 껄끄러움도 적잖았다. 그가 최근 서울시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자 일부에선 선거용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MTN 감성인터뷰 '더리더'에 출연, 최남수 보도본부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이명근 기자↑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MTN 감성인터뷰 '더리더'에 출연, 최남수 보도본부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이명근 기자
- 서울시정을 두고 연이어 따끔한 발언을 내놓고 계십니다.
▶ 서울시민의 일상을 보면 그렇게 됩니다. 오늘날 서울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속에 실질소득은 떨어지고 양극화는 해마다 심해지고 있습니다. 삶이 고단해지니 출산율은 세계 꼴찌로 갑니다. 학부형 부담과 내 집 마련 부담을 정부가 해결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된 거죠. 사실 늦은 감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서울을 봅시다. 온통 '디자인 천국'입니다. 눈에 띄는 곳, 보이는 데만 예산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십니까.
▶ 우선순위는 서민이 빈민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절망감을 해소하고 실질소득을 올려주는 데 맞춰져야 합니다. '디자인 서울'에 쏠린 우선순위를 보육·교육·주거로 돌려야 한다는 얘깁니다.





- 보육 교육 공약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자고 해 여당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초등학교 중학교는 의무교육입니다. 국가가 경제수준과 관계없이 무상교육을 해주는 겁니다. 무상급식은 이걸 수업료에 한정할 것인가 학습준비물이나 급식, 통학비용까지 확대할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 재원확보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 현재 13%수준인 서울시 무상급식을 100%로 늘리자면 추가로 1900억 정도가 들어갑니다. 적잖은 돈이지만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냐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 서울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인공섬 조성 사업 등에 들어가는 돈을 할당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또 하나 문제되는 게 '있는 집' 자녀에게도 무상 급식하는 게 맞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세금 구조와 서비스의 구성 문제입니다. 부자에게 주니까 문제 있다고 싸잡아 말할 게 아닙니다. 세금이 문제된다면 부유층에게는 다른 효과적인 세수를 확보하면 됩니다. 과천이나 성남 포천 경상남북도는 이미 무상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업을 희생하면서 하는 게 아니라면 지자체별로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게 맞습니다.



- 주택 문제를 묻겠습니다. 뉴타운 정책이 적잖은 문제를 낳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재개발조합과 관련된 비리 문제도 많고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불만도 적잖습니다. 일본에선 도시재생펀드를 이용해 지자체의 부담을 줄이고 행정관청과 주민이 쌍방향 소통하는 재개발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에 재건축을 원하는 곳이 900곳 정도 됩니다. 우리도 도시재생기금을 민관 합동으로 연간 1조 원 정도 투자할 수 있다면 점차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봅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MTN 감성인터뷰 '더리더'에 출연, 최남수 보도본부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이명근 기자↑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MTN 감성인터뷰 '더리더'에 출연, 최남수 보도본부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이명근 기자
- 큰 틀에서 서울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구상이 있다면요.
▶ 내 집 마련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러려면 공급량을 늘려 집값을 잡는 것 말고도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제공하는 게 필요합니다. 최근 인구구성이 바뀌면서 1~2인 가구가 늘지 않았습니까. 일본을 보면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많습니다. 1~2인 원룸 공동 주택에 스위트룸 수준의 손님용 접대실을 공용 시설로 둔 곳이라든지 체력 단련장을 공동 사용할 수 있게 한 곳이라든지 주민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서비스합니다. 우리도 공급량은 공급량대로 주거 욕구는 주거 욕구대로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 '저탄소녹색성장 국민포럼'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엔 "녹색서울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구현할 생각이신가요.
▶ 앞으로 도시 경쟁력은 녹생성장에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도 이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경부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도 구간을 지하화해 시민들에게 돌려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철도로 단절된 낙후지역을 새로운 성장판으로 활용하는 안도 이미 제시했습니다.



- 국내 경제 문제로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지표상으론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윗목 아랫목 따질 것 없이 몰락한 사람들은 체감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실업자가 300만 명이라고 하는데 구직을 포기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더 될 것으로 봅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죠.

-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최근 중소기업연구원 조사를 보면 매출액이나 근로자 수가 3년 연속 20%이상 성장하는 가젤형 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고품질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한국 현실에서 중소벤처기업 창업하라고 하면 망하라는 얘기나 똑같다는 겁니다. 창의적 모델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망할 확률이 95%라고 합니다. 게다가 한번 실패하면 일가친척이 신용불량자가 됩니다. 여건이 안 된다는 거죠.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도록 5000만 원이든 몇 억 원이든 세액 공제를 해줘서 창의적 기업이 일부 망하더라도 패자부활전을 치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기업 규제를 터주고 연대보증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한국경제는 막연한 규제와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면 IT강국이라고 했던 것도 일방적인 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통신망 사업에서 앞서 있다고 해서 안주하고 있다 아이폰이 나오면서 뒤통수를 맞지 않았습니까.



투자 위험을 분산해주고 지원해주는 환경이 돼야 청년에게도 은퇴자에게도 창업하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개방형 혁신, 이에 대한 인센티브, 투자위험에 대한 지원 등이 선결돼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정치가 필요한 이유는 국민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국민의 꿈을 자기 꿈으로 이뤄가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함께 손잡고 꿈을 이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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