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리스크' 韓 경제 새로운 불안 요소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0.02.10 17:07
글자크기

왜 '일본 리스크' 인가?…韓 성장모델 日 위험요소로 돌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우려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경제는 새해 들어 디플레이션, 재정위기 등 고질적 악재에 토요타 리콜, 일본항공(JAL) 파산 등 대표기업들의 연쇄 위기까지 겹치며 좌초 위기에 놓였다.

중국의 긴축 위험, 남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 일본 경제마저 중요한 위험 요소로 떠오르자 정부는 10일 열린 제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일본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성장모델이자 벤치마킹 대상이던 일본이 한국 경제의 악재로 돌변한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에서 최근 디플레이션이 재현과 JAL 파산, 토요타자동차 대량 리콜사태 등 과거에 볼 수 없던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본의 위험이 한국에 미치는 상징성이 크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일본 리스크'일까. 최근 토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를 계기로 '일본제품=1등품질'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일본 경제 전반에 대한 총체적 신뢰에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 재정 위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일본은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공적 부채 급증, 세수감소,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 디플레이션 압력 등에 발목 잡혀있다.

여기다 일본 기업은 초일류라는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 '메이드 인 재팬'에 대한 신뢰 붕괴는 일본 경제에 상상 이상의 충격을 몰고 오고 있다. 이미 토요타 리콜, JAL 파산, 세이부 백화점 폐업 등 일련의 과정은 일본 제품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탄탄한 요인이던 내수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년비 0.3% 감소하며, 1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내수감소는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 1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1.3% 하락,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일본은 재정정책으로 불황을 타개할 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자 2000년까지 9차례 경기부양책을 통해 124조엔의 막대한 재정 경기부양자금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숨도 채 돌리기 전에 금융위기를 맞았고 재정부담은 더욱 늘었다.



일본의 지난해 9월 국가부채는 864조5226억 엔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89%에 달했다. 올해에는 GDP의 200% 마저 넘어설 전망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미 일본의 재정위기를 우려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여차하면 등급도 하향할 태세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글로벌 경제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한국 경제의 기회라기보다 큰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또 일본의 재정위기는 최근 빠른 속도로 공공부채가 늘고 있는 한국 정부에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이라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