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토요타 사태, 세계 車시장 판도 '요동'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김보형 기자 2010.01.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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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 원인 공방가열… 美日 무역분쟁 비회되나?

토요타의 리콜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토요타의 리콜 대상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혼다도 대규모 리콜을 발표하면서 품질에 대한 불안감이 일본차 전체로 번지고 있다. 일본차를 지탱해 온 품질(토요타)과 기술(혼다) 신화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자동차 업계의 추락은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104,100원 ▲600 +0.58%)를 비롯, 전열을 재정비한 미국 자동차업체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토요타 사태, 세계 자동차업계 재편 신호탄?
이번 토요타 사태로 세계 자동차 시장은 또한번 격변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과 인도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변화의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이번 토요타 사태가 신흥시장에서의 입지 약화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눈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품질이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확보돼 있어 타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는 아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시장의 경우 2009년말 현재 둥펑닛산과 이치토요타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6.3%와 5% 그쳐 순위도 모두 5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인도시장에서 진출한 혼다 역시 시장점유율이 4.3%로 힘을 못 쓰고 있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차 3인방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35%에 이르고 것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한 성적이다.

결국 이번 토요타 사태는 신흥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 GM이 일본차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과 인도시장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시장 1위를 차지한 폭스바겐은 스즈키를 인수하면서 인도시장에서도 1위로 등극했다. 마루티-스즈키는 인도시장에서 5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토요타 사태는 신흥시장에서 일본차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이들 시장에서의 판도는 전세계 자동차업체의 순위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차의 잇따른 품질 문제는 자동차업계의 합종연횡 전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유럽과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소형차와 친환경자동차 분야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하지만 일본차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제휴를 축소 또는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함 원인 놓고 공방, 2차 美日 자동차분쟁으로 비화되나?
결함 원인을 놓고 부품사와 토요타간 미묘한 신경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토요타는 차량의 급발진 원인을 가속 페달 결함이라고 지목했지만 정작 페달 납품업체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가속 페달 납품업체인 CTS사는 급발진 문제는 1999년형 일부 도요타와 렉서스 자동차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이때는 CTS가 가속페달 제품을 만들기 전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언론들의 강도 높은 비판에 이어 미국 의회까지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로 함에 따라 토요타 사태는 자칫 정치·외교 문제로까지 확대될 여지도 남겨두고있다. 1980년대에 벌어졌던 미·일간 자동차 무역 분쟁이 30년 만에 재현될 조짐이다.

미 하원 감시-정부개혁위원회는 오는 4일 토요타의 가속페탈 리콜 사태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토요타가 소비자의 결함 신고를 일축한 경위 등에 대한 진상조사에 본격 착수키로 했다.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난 일본의 반응은 무리한 확장에 따른 결과라며 자성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1일 '기로에선 품질신화'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세계 자동차시장이 회복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최강을 자랑하던 일본차가 궁지에 몰렸다"며 "일본의 장기였던 품질과 안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토요타와 혼다가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면서 나타난 문제인 만큼 미국 현지 부품회사의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업체를 살리기 위해 일본 자동차 업계 때리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GM과 포드가 신속하게 토요타 고객이 자사 제품을 구매하면 1000달러를 제공키로 하면서 이같은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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