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폭주하는 지자체, 유권자가 막아야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0.02.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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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폭주하는 지자체, 유권자가 막아야


부산 남구청이 최근 20억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유는 직원 월급을 줄 돈이 없어서다. 기초자치단체가 직원 인건비를 주지 못해 지방채를 발행한 것은 1995년 지방자치시대 개막 후 처음이다.

남구청이 빚더미에 앉은 것은 새 청사를 짓기 위해 437억 원을 빌렸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자립도가 22.5%에 불과한 재정형편은 생각도 않은 방만한 경영이 불명예를 초래한 것이다.



안양시도 최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시청사 부지에 2조2350억 원을 들여 100층 높이의 초고층 복합건물을 건설한다는 계획 때문이다. 안양시는 이 공간을 청사와 시의회는 물론 비즈니스센터와 컨벤션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거창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안양시의 재정자립도는 65.3%로 풍족한 도시가 아니다.

3222억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새 청사를 건립한 성남시도 재정자립도는 70.5%에 불과하다. 호화청사 논란에 불씨를 당긴 용인시 역시 재정자립도가 72.9%지만 1600원을 들여 지난 2005년 새 청사를 세웠다.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에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다. 재정 자립도가 22.5%인 부산 남구의 경우 나머지 77.5%는 중앙정부 교부세 등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 제 밥벌이도 못하는 지자체가 과욕을 부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신축청사가 잘 지어졌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도 못한 모양이다. 행정안전부 조사결과 용인시청 공무원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석유 중량으로 환산할 때 3375㎏으로 전국 지자체 평균(989㎏)의 3.4배, 가장 에너지 소모량이 적은 경남 거제시청(439㎏)의 8배에 달한다. 빚내서 호화스러운 청사를 지으면서 에너지 절약은 신경도 쓰지 않은 듯하다.

문제는 지자체의 방만한 질주를 중앙정부가 차단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호화청사 건축 등 예산을 낭비하는 지방정부에 대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손쓸 수 있는 장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축청사의 면적기준을 설정해 지자체 예산낭비를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국 최대 피해자인 지역 주민들이 나서는 길이 지자체의 폭주를 막는 지름길이다. 오는 6월 광역·기초단체장과 지자체 의원, 교육감 등 총 3991명을 선출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이뤄진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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