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부동산]포털 안부러운 정보의 대중화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10.01.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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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부동산10년③]부동산 정보업체

편집자주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의 시대가 저물고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세상이 열린지 10년이 됐다. 머니투데이 경제신문이 국내 최초로 온라인 실시간 뉴스를 제공한지도 만 10년이 지났다. 머니투데이 온라인 창간 10주년을 맞아 '빛보다 빠른(?)' 초고속인터넷 환경이 10년새 부동산시장에 불러온 굵직한 변화들을 알아본다.

#1. 1998년 1월 서울 송파구에 사는 회사원 문희식(33)씨는 보름 넘게 전셋집을 찾아 헤맸다. 전셋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새 집을 찾아 나섰지만 문씨의 조건에 맞는 물건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집 주변은 물론 이웃 동네에 있는 부동산까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수십곳을 직접 찾아 다녔다. 전세 물건이 있어도 단번에 집을 구경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기존 거주자 일정에 따라 집을 구경하기 위해 같은 집을 2∼3번씩 방문하는 수고스러움 정도는 견뎌야 했다. 같은 아파트, 같은 주택형인데도 중개업소마다 값이 달라 헷갈렸다.

#2. 2010년 1월 경기 부천시에 사는 회사원 이정민(35)씨는 서울 서부권 아파트 매매·전세 시세를 훤히 꿰고 있다. 다음달말 전셋집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부동산 정보업체 온라인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정보를 수집한 덕분이다. 이씨는 인터넷 즐겨찾기 목록에 정보업체 사이트 서너곳을 등록해 놓고 새로 옮길 만한 전셋집을 선별했다. 일일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아파트 입지부터 규모, 면적구성, 가격, 중개업소 문의처까지 거의 모든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씨는 관심 물건 주변 중개업소에 방문시간을 예약한 후 지난주말 모두 둘러봤다. 그 자리에서 계약도 체결했다.



2010년 부동산 시장에선 아파트 분양을 비롯해 토지개발 계획, 주택거래 현황 등 웬만한 정보는 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과거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등 일부 계층만 독점했던 부동산 정보가 대중화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던 '암흑기(?)'가 막을 내리고 부동산 시장에 통계와 정보 개념이 자리잡은 것은 1980년대말 부동산 정보지들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국내 최초의 부동산 정보지는 1988년 10월 창간한 부동산뱅크다. 일본의 '주택정보'를 벤치마킹해 만든 이 잡지는 격주간지로 발간돼 투자자들의 필독서로 자리잡기도 했다. 1990년대초 집값이 한참 오르던 때에는 10만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면서 부동산 정보지들은 뒤늦은 소식지로 전락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진 만큼 실시간 정보 수집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늘었고 이에 맞춰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정보화 초기에 등장한 업체들이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닥터아파트 등이다. 2000년대초에는 수백개에 달하는 업체들이 난립할 정도로 붐을 이루기도 했다.

부동산 정보화 시대가 열린지 10년이 지나면서 신속·정확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한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실제 시세부터 실시간 매물 정보, 세금, 뉴스, 상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동산 포털을 지향한 업체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가 반드시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허위매물로 수요자들을 낚으려는 일부 중개업자들의 영업 수단, 시장을 교란해 단기 시세차익을 올리려는 일부 투끼군들의 작업수단 등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업체마다 다른 정보의 오차를 줄이는 것도 부동산 정보업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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