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아시아 생보사 IPO에 '촉각'

더벨 이재영 기자 2010.01.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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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다이이치와 일정 비슷... 외국계 투자자 모집 차질 우려

더벨|이 기사는 01월07일(15:2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이 아시아 지역 생명보험사 기업공개(IPO)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IA등 대형 생보사와 상장 일정이 겹쳐 외국계 투자자 모집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아시아 IPO 시장에는 삼성생명·대한생명·미래에셋생명 외에도 AIA생명과 다이이치생명 등 아시아 유수의 생보사들이 나와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 AIG의 아시아 보험 자회사인 홍콩 AIA생명은 빠르면 올 상반기 중 홍콩 시장에서 IPO를 통해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모간스탠리와 도이치뱅크가 주관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모 규모를 100억~200억달러(11조5000억~23조원)으로 제시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상 최대의 IPO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일본 내 매출 기준 2위 생보사인 다이이치 생명도 올 4월 초 상장한다. 공모 규모는 110억달러(12조6500억원)에 달한다. 일본 역대 IPO 규모 3위로 최근 10년내 가장 큰 규모다.

문제는 아시아 IPO 시장 역시 대형 생보사들이 일시에 몰리며 '소화 불량'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AIA생명과 다이이치생명, 삼성생명(4조원·약 35억달러)·대한생명(2조원·약 17억달러)만 합쳐도 242억달러로 지난해 홍콩 IPO 시장 전체 규모(308억달러)에 육박한다.

파이는 한정돼있는데 나눠먹으려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자기 몫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상 생명보험업계에 대한 투자 한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유독 올해 대형 생보사들이 연이어 상장하는 것도 부담이다.


일정이 겹칠 위험이 크다는 것 역시 삼성생명에겐 신경 쓰이는 일이다. 삼성생명은 오는 20일 액면분할을 위한 주주총회 직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3월 중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제출, 4월~5월 중 공모 및 상장을 완료하게 된다. 4월 초로 예정된 다이이치 생명은 물론 AIA생명과도 일정이 비슷하다.

삼성생명이 일반적인 방식으로 물량을 배정한다면(우리사주 20%, 국내개인 20%, 국내기관 30%, 해외기관 30%) 약 10억달러(1조2000억원)를 해외 시장에서 끌어와야 한다. 공모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하는 두 생보사가 자금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삼성생명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는 만만치 않다.



삼성생명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상장 일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국내에서 맞부딪힐 대한생명보단 아시아 대형 생보사들을 의식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최소한 AIA생명 이전에 공모를 진행한다면 상대적으로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이 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이 아시아 대형생보사 상장의 틈바구니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발행사와 주관사단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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